영화 '해빙'에서 예민한 내시경 전문 내과의사 '승훈' 역할을 맡아 연기한 배우 조진웅은 이렇게 말했다. 그 자신도 이번 영화를 위해 18㎏이나 감량한 터였다.
그러면서도 체중 감량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배우의 심정을 겸허히 털어놨다. 그는 "그래도 체중 감량이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며 "자신감이 없다보니 이렇게 해서라도 뒷받침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살을 빼게 된다"고 했다.
"감독님과 얘기할 때 '살을 안 빼도 될 것 같다'고 하면 곧바로 '네, 감사합니다' 하기도 하지만 결국 살을 빼는 것이 그 캐릭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리기가 어렵죠. 하지만 살을 찌웠다 뺐다 하면 심장이 안 좋아진대요. 진짜로요."
27일 오후 서울 팔판동 인근 한 카페에서 조진웅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해빙'에 대해 '이 아이'라고까지 표현하면서 깊은 애착을 드러냈다.
'해빙'은 봄이면 강에서 시신이 떠오른다는 내용을 소재로 수면내시경 전문의가 살인사건을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 심리스릴러 영화다. 조진웅은 극도로 예민해진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탓에 쉽지 않은 작품이었음을 털어놨다.
그만큼 그의 연기 내공이 들어간 극 후반부의 취조실 장면은 연극적 분위기를 한껏 높인 연기를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장면을 꼽으라니 "많죠. 다 뜯어볼까요?"라고 반문하면서 겸손해했다.
"작업자로서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죠, 아쉬움은 남지만. 개봉 앞두고 시사회 할 때에는 심판대에 올라가있는 기분입니다. 신명나게 농사지었는데."
'다작 배우'가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연기를 농사에 빗댔다. 그는 "어떤 선배님은 배우를 농사꾼이라고 하더라고요. 씨 뿌리고 열매가 영글면 팔러 가야지 하면 팔러가고, 서로 '많이 팔았어?' 하고 묻는 그런 거죠. 그러면서 옆사람한테는 '쟤는 하는 것마다 잘돼' 그러면서 부러워 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그게 힘들면 그만둬야죠. 사실 몇 년 안 남긴 한 것 같은데. 어떤 후배가 '평생 연기하겠다'고 하면 '평생한다고?'라고 하지만, 그만두는 그날까지 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술은 '자주', 그리고 '많이' 먹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애주가들이 그렇듯이 그만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 모두 가슴 속에 태양이 하나씩 있다"며 "맥주 500㏄ 한 잔씩만 하자고 해도 얘기하다 보면 '그래? 그럼 술 더 가져와봐' 하면서 화두를 나누게 된다"고 했다.
내시경이 필요 없을 것처럼 건강해보이지만 마흔이 넘은 나이인 만큼 본인도 내시경 검사는 꼬박꼬박 챙겨서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서 비밀을 듣는 내시경 전문의로 등장하는 탓에 '혹시 나도?' 싶은 께름칙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는 말도 털어놨다.
"그래도 수면내시경 밖에 못해요. 마취 안하면 저는 검사 못 받아요. 주사 맞을 때도 마취하고 싶은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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