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은 오래된 접근법에 불과" WP

기사등록 2017/03/26 15:18:33

【베이징=신화/뉴시스】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9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베이징=신화/뉴시스】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9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협력 만이 미·중 양국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2017.03.19
새로운 내용없이 전임 행정부 대북정책 '동어반복' 지적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북한 문제와 관련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새로운 접근법'(new approach)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오래된 접근법'(old approach)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강하게 비판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최근 한·중·일 3국 방문시 제시했던 북한 관련 '새로운 접근법'은 전임 미 행정부들의 대북 전략과 하등 다를 게 없으며, 구체적 내용조차 제시되지 않은 사실상의 동어반복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달 아시아 방문 당시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 ‘새로운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결과를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또는 다른 노력들”이 지난 수십년간 실패했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고 하면서 북한 지도자들이 “다른 길을 가도록(to change your path)” 촉구했다. 그러자 북한은 즉시 '다른'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WP는 '불쌍한 틸러슨 장관'이라면서 누군가가 새 행정부에서 약속하고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것은 사실은 오래된 접근법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임 정부들도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북한의 행동을 “용인할 수 없고(unacceptable)”, 다른 “길(path)”을 제시하는 등의 용어를 쓴 것이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호전적인 행동을 취하는 북한의 “그 패턴을 깨뜨릴(break that pattern)” 것이라고 약속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의 독재자를 바닥에 음식물을 던지는 어린애와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말과는 달리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다섯 차례에 걸쳐 성공적으로 핵실험을 마무리한 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데 의구심을 가진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한국과 일본에 주둔중인 미군이 합동군사훈련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북한이 새로운 고체 연료 미사일을 개발 중이며,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을 곧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WP는 미국이 북한의 진전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2002년 비밀스러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1994년 성사시킨 비핵화 협약을 포기했다. 그것은 실수였고, 부시 전 대통령도 즉각 후회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6자 회담을 통해 자신이 거부했던 협상보다 더 약한 안으로 재협상을 시도하면서 보냈다. 오바마 행정부도 2012년 2월29일의 '윤달 합의'(Leap Day deal) 등의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북한 측의 성의있는 이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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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외교부 브리핑 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내외신 공동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3.17.    [email protected]
 WP는 전임 행정부 전문가들은 노력했다면서 이전보다 더 나은 합의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마치 제재가 최선인양 얘기하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는 교전적, 도발적 행동에 대해선 심각한 제재를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고, 틸러슨 장관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제재 조치를 통해 북한에 대단히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고 모든 이들이 제재를 이행하도록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에게 미국이 이란과 안전한 핵협상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물어보면 그들은 제재의 고통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국간 핵협상이 타결되는데 더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 바로 미국의 양보였다.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이 유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과 더이상 원심 분리기를 늘리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대신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위해 가동 중인 1만9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줄여 초기 모델인 6104개만 남기는데 동의했다. 이 가운데 5060기는 나탄즈에서 10년간 상업용 생산에 쓰이고 나머지 1044기는 포르도 핵시설에서 연구용으로 사용키로 했다.

 이에 대해 WP는 미국의 양보가 이란과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이 대북정책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북한의 다른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이 양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다만,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이 더 진진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합동군사훈련의 축소, 그들의 우주 발사 프로그램 수용, 체제 고립 완화 등을 포함해 북한이 그동안 제시한 요구조건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오래된 접근법의 진부한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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