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글로벌 아군 공정위 칼날에 복잡…"재벌 개혁으로 적군 변모"

기사등록 2017/05/26 16:25:58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재벌 개혁' 칼날 빼드나
 퀄컴 상대한 아군이 적군 될지 기업들도 예의주시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를 바라보는 대기업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26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정기획위에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100대 기업 중 약 80개가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았는데 시장 경제를 오래 한 국가보다 굉장히 높다"며 "이것이 고용 없는 성장과 상관관계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가 주로 기업계에서 제기하는 문제만 해결했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며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좀 더 목소리를 내고 주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거듭 강조했던 재벌 개혁 목적에 따라 공정위의 권한이 강화될 것을 암시한다는 평가다. 과거 참여정부 등에서 존재했던 조사국의 부활과 공정위 전속 고발권제 폐지 등으로 이번 정부에서의 공정위 위상은 대폭 높아질 예정이다.

 이날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정위의 대기업들에 대한 개혁 움직임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은 후보 시절부터 재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첫 번째 탄환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규제하는 방안(일감 몰아주기)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그간 글로벌 소송 등에서 기업 문제를 해결하며 아군이 되어준 공정위의 변동에 착잡한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미국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이 특허권을 남용한 것에 대해 역대 최대 과징금인 1조30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같은 공정위의 시정조치로 삼성전자·LG전자·팬택은 물론, 애플·샤오미·화웨이 등 한국에 휴대폰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퀄컴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 제재 직후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비슷한 혐의로 퀄컴을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공정위와 퀄컴의 소송에 대형로펌을 선임하고 소송보조참가를 신청하는 등 아군이 돼서 직접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올해 새 정부 산하에서 개혁의 의지를 가지고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적군 위치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업들은 긴장한 태도로 공정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벌개혁 각오는 걱정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아군 역할을 해주는 공정위의 합리적인 판단을 믿겠다는 방침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재 기관으로 기업들의 건강한 글로벌 시장 참여를 위해 그간 도움을 준 측면도 분명히 있다"며 "대통령 선거 때부터 공약에 나왔던 내용이 있어 우선은 실질적인 정책이 나올 때까지 긴장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재벌 개혁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반기업 정서가 느껴져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라며 "법이나 공정거래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우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독과점, 담합 구조를 나타내면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상속자의 나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일으키자고 얘기할 부처는 공정위밖에 없는데 지난 10년간 목소리가 작았다"고 질책하며 이전의 기업 아군 역할 외의 적군 역할도 병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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