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잘가라, 고생했데이!"···고리 원전 1호기 아쉬움 속 이별 준비

기사등록 2017/06/18 14:03:55

【세종=뉴시스】 박상영 기자=고리1호기 주제어실 근무모습 (사진=고리원자력본부 제공)
【세종=뉴시스】 박상영 기자=고리1호기 주제어실 근무모습 (사진=고리원자력본부 제공)
18일 밤 12시 기해 영구 정지...국내 첫 원전 가동 중단 
원자로 속 사용후 핵연료 발전소 내 저장조로 옮겨져
5년간의 냉각작업을 거친 뒤 2022년 본격적인 해체 작업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40년 동안 불 밝혀온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 국내 첫 원전의 영구 정지를 앞둔 16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찾았다.

 뜻밖에도 원전 주제어실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다. 수십 개의 상황실 모니터를 주시하는 직원들 사이로 주제어실에 걸린 '정성스런 점검으로 영구정지까지 안전운전' 이라는 문구만 고리 1호기가 가동 중단을 앞두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뭔가 평소와는 다른 듯했다. 애써 누르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나왔다.

 개발의 깃발이 드높던 시절, 한국경제 발전에 핵심 동력을 제공하면서 원전 강국의 첫 발을 내딛게 해준 고리 1회기, 정이 들대로 들었지만 이제 영원히 떠나보내야 하는 피붙이 같은 원전에 대해 모두가 "40년간 고생했데이, 고맙데이"를 속삭이듯 말하는 것처럼 느낀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1977년 6월 19일 임시 운전을 거친 뒤 1978년 4월 29일부터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가 지난 40년 동안 생산한 전력은 15만GW(기가와트)에 달한다. 이는 1년 동안 부산광역시가 사용하는 전력량의 34배에 이르는 양이다.

 원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주제어실에서는 한 눈에 주요밸브 가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5개의 팀원들이 24시간 근무한다.

  운영을 시작한 지 40년이나 지났지만 주제어실 있는 기기들은 모두 깨끗한 상태다. 그동안 관련 설비를 꾸준히 교체했기 때문이다.

  박지태 고리원전 1발전소장은 "고리 1호기는 원자로를 제외하고 대부분 설비를 모두 바꿨다. 원전 기술자로서는 고리 1호기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원전 해체산업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박 소장이 취재진을 안내한 곳에는 발전기 정지 버튼이 놓여 있었다. 이 버튼을 누려면 계통 분리가 시작된다.

  계통 분리는 고리 1호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외부로 흘러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작업을 말한다. 계통 분리가 끝나면 발전기 내 터빈으로 동력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고리 1호기는 17일 오후에 마지막 전력을 생산했다.

  한수원은 18일 오후 6시 30분에 터빈발전기를 수동 정지한데 이어 오후 6시 38분에는 원자로를 정지했다.

  박 소장은 "원자로가 정지되면 300도에 이르던 온도가 점차 내려가 18일 자정에는 93도까지 내려가며 저온 정지상태에 이르게 된다"며 "이 때를 기점으로 영구정지 판정을 받게 된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박상영 기자=고리1호기 발전소 크레인 (사진=고리원자력본부 제공)
【세종=뉴시스】 박상영 기자=고리1호기 발전소 크레인 (사진=고리원자력본부 제공)
굉음이 울리는 터빈실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오니 높이가 60미터에 달하는 회색빛의 격납 건물이 보였다. 격납 건물 원자로 안에는 121개의 연료 다발이 보관 중이다.

  박 소장은 격납 건물을 가리키며 진도 9.0까지 안전하도록 설계돼 지진이 와도 무너질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전력 공급이 갑작스레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상디젤발전기와 이동형 발전차를 확보했다. 쓰나미에 대처하기 위해 해안 방벽을 10m 높이까지 증축하고 침수 방지용 방수문을 설치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21일부터 26일까지는 원자로 속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발전소 내 저장조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이후, 5년간의 냉각작업을 거친 뒤 2022년 본격적인 해체 작업을 시작한다.

 
 원전 해체는 크게 제염(除染), 절단·해체,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 환경 복원 등 네 단계로 진행된다. 우리나라가 상업용 원전을 해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염은 원전 구조물의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방사능 물질을 벗겨내기 위해 사포로 문지르거나 유기 용매를 이용해 벗겨낸다.

 
 이후, 원전 구성품과 구조물을 잘라내는 절단·해체 작업을 거쳐 제염과 절단·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작업을 한다.

 마지막으로 해체가 완료된 원전 부지는 최종적으로 남아 있는 방사능 측정을 하고 안전성 평가를 하는 등 복원 과정을 거친다.

 한수원은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약 6347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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