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공무원 시험 기간 단축 발표했지만···"책상 앞에서나 나올 이야기"

기사등록 2017/06/23 07:44:00

【서울=뉴시스】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5·7·9급 공무원 공채 시험 기간을 오는 2018년부터 2개월여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5·7·9급 공무원 공채 시험 기간을 오는 2018년부터 2개월여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공채 시험 기간 최대 81일 단축
5·7·9급 전형 동시 진행해 채용 전형 속도 낸다
"발표 빨라진다고 시험 포기하고 다른 것 준비하나"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정부의 정책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정부가 공무원 채용과 관련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해서다. 
 
 정부는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5·7·9급 채용시험 기간이 최대 81일까지 줄어든다. 공시생들은 채용 확대는 반기면서도 시험 기간 축소에는 심드렁한 반응이다.

  국정기획위는 20일 5·7·9급 공무원 시험의 원서접수에서 최종 결과 발표까지의 기간을 최대 81일 단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9급 182일→111일 ▲7급 172일→111일 ▲5급 기술 331일→260일 ▲5급 행정 296일→215일 등으로 시험 기간이 61~81일 대폭 감축된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했을 경우 민간의 다른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며 "연초의 선발 공고를 보고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는 등 구조적인 문제점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기간 단축의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공시된 공채시험 일정에 따르면 원서 접수부터 발표까지 182일이 소요되는 9급 공채의 경우 2월1일부터 접수를 받는다. 이후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 8월1일에야 결과가 발표, 민간기업의 상반기·하반기 공채에 무방비한 상태에서 결국 지원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급 행정직은 1월20일 원서 접수를 종료한 뒤 11월8일 최종 결과가 공개된다. 최종 전형까지 가게 된 응시생의 경우 두 달여의 휴식기를 가진 뒤 다시 시험에 응시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단 것이 국정기획위의 지적이다.

  국정기획위는 해마다 증가하는 공시족들의 대기 기간을 줄이기 위해 채용 일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9급 응시생 22만1853명 중 최종합격인원은 4182명에 그쳐 합격률이 1.9%에 머물렀다. 5급과 7급의 합격률도 각각 2.3%, 1.4%로 공무원이 되는 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에 가깝다.

 통계청에 따르면 공무원시험 준비 인원은 2012년 16만3000명에서 지난해 25만7000명으로 4년 사이 158%가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한 해 17조원으로 추산했다.

  이정민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전문위원은 "2차시험의 경우 채점 방식이 순차적이다. 그것을 병렬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라며 "인원이 적다보니깐 9급 시험이 다 끝난 다음에 7급 시험 공개채용을 준비하는 등 순차적으로 시험을 (준비)했는데 (인원을) 보강하면 병렬적으로 시험을 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재 채점 인력은 5·7·9급 담당이 따로 있지 않다. 시행 중인 시험의 채점을 끝내고 다시 새 시험 채점을 시작하는 방식"이라며 "만약 인력이 보강된다면 A팀은 7급을 채점하고, B팀은 9급을 채점하는 식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는 시험 기간 단축이 공시족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정작 수험생의 반응은 냉랭하다. 공무원 시험을 2년간 준비한 박모(29·여)씨는 "어차피 가채점을 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점수를 다 알 수 있다. 포기할 사람은 발표 전에 포기한다"며 "공시생들은 대부분 공무원 하나만 보고 준비하는 사람들인데 발표가 빨라진다고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준비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시험 기간의 단축에 따라 독서실비, 학원비 등의 생활비가 줄어들어 사회적 비용 약 64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국정기획위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험생들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4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김모(32)씨는 "시험 결과 발표를 앞당긴다고 그동안 수험생들이 안 먹고, 안 잔다고 생각할 수 있나. 책상 앞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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