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로 뒤통수 맞은 기분" 이동재 작가가 본 데미언 허스트展

기사등록 2017/06/26 16:08:38

【서울=뉴시스】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이 프랑수와 피노 PPR그룹 회장의 현대미술 컬렉션 미술관인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와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에서 열리고 있다./사진=이동재 작가 제공
【서울=뉴시스】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이 프랑수와 피노 PPR그룹 회장의 현대미술 컬렉션 미술관인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와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에서 열리고 있다./사진=이동재 작가 제공

【베네치아=뉴시스】 이동재 작가= 서울에서도 그 전시는 떠들썩했다. 그래도 '얼마나 대단하겠어?'라는 생각이 앞섰다.

 "페이크(fake), 어차피 다 연출된 속임수야. 코웃음을 치며 둘러보고 오리라"며 호기롭게 마음을 다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다짐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지난 17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눈앞에 펼쳐진 작품들의 위용이라니···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경이로움과 긴장감으로 짧은 탄식만이 입안을 맴돌 뿐이었다.

 '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 (난파선에서 건진 보물)'

영국 현대미술계의 악동'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작품 제작은 물론 컨셉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팀까지 이끄는 탓에 '고급 인테리어 업자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비아냥을 받기도 하던 그에게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를 단숨에 일축하는 스펙타클이다.

【서울=뉴시스】심해에서 건져 올린 고대의 보물이라는 주제로 제작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데미언 허스트 개인전은 진짜 유물 박물관에 온 듯한 분위기를 전한다./사진=이동재 작가
【서울=뉴시스】심해에서 건져 올린 고대의 보물이라는 주제로 제작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데미언 허스트 개인전은 진짜 유물 박물관에 온 듯한 분위기를 전한다./사진=이동재 작가

전시는 찬란한 문명의 잃어버린 유산을 발견한 듯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심해에서 건져 올린 고대의 보물이라는 주제로 제작된 작품들은 정말로 존재했을 것만 같은 착각과 환상에 빠지게 한다.

메두사와 유니콘, 붓다와 파라오. 동 서양을 넘나드는 고대의 신화에 상상력을 가미한 페이크 신화와 현대의 판타지인 미키마우스, 실존했던 인물인 엘리펀트맨과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에일리언에 건담 피규어까지···. 그리고 작가 자신이 모델로 등장하는 쇼의 라인업은 관람객들을 더욱 당혹감과 생경함으로 몰아넣는다.

리얼과 픽션을 넘나드는 구성은 데미안 허스트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이것은 현실이자 판타지다.’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일까. 유물처럼 전시된 수많은 기물 중에서 무엇이 복제품이고 어떤게 그가 수집한 진짜 유물일까.

하지만 사실 그것을 가려내는 일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전시된 가짜 중에서 진짜가 섞여 있다 해도 그저 관객을 기만하는 오브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  을 주제로 연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은 진짜 오래된 난파선에서 건져올린 유물전을 보는 듯하다./사진=이동재 작가
【서울=뉴시스】 '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  을 주제로 연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은 진짜 오래된 난파선에서 건져올린 유물전을 보는 듯하다./사진=이동재 작가

산호초와 따개비 같은 해양생물의 흔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유물들이 건져 올려지는 사진은 이 전시의 줄거리를 뒷받침해 준다. 즉, 해저 난파선에서 건져낸 유물들을 발굴하는 지난 10년간의 과정을 보여주는 컨셉으로 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대형 조각상 및 보물들을 전시하고, 바로 옆에선 발굴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푼타 델라 도가나 전시장은 19개의 방으로 구성된 각 전시장 마다 소 주제로 엮여서 진열되어 있는데 17세기에 지어진 건물을 안도 다다오가 리모델링한 전시장 자체의 아우라와 맞물려서 엄청난 에너지를 느끼게 했다.

스펙타클의 정수는 높이 18m에 이르는 거대한 청동 조각상 ’Demon with Bowl’이다.(사실은 청동 조각상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페이크였다. 채색된 레진 작품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이 입상은 두 번째로 방문한 전시장 팔라쵸 그라시(Palazzo Grassi) 중앙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유물에 부착된 산호와 해양생물마저 blow up 된 것을 보면 이것은 원본을 확대한 모뉴먼트다.

이 지점에서 또 한번 그의 뒤통수 가격에 무방비로 얻어맞는다. 그는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그것을 다시 커다란 기념비로 조각해 버렸다. 하나 하나 숨막히는 디테일의 소품들과 르네상스 시대 걸작들의 밑그림을 연상시키는 스케치 시리즈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이 들 정도로 가득히 들어찬 개별 작품들은 이 모뉴먼트를 위한 밑반찬들인 것이다.

가상의 이야기를 깔고 그것을 재현해 낸 스펙타클이라는 점에서 유명 놀이동산인 디즈니랜드에 비유되기도 한다. 과연 그런가? 데미안 허스트는 영악하게도 이 지점에서 비틀기를 보여준다. 작가 자신은 물론이고 전시에 막대한 자금을 댄 피노 회장과 미키마우스를 손잡게 해서 수장해 버렸다. 역사 판타지나 꿈의 놀이동산이 아니라 현실이 혼재된 가상의 실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열리고 있는 데미언 허스트 개인전
【서울=뉴시스】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열리고 있는 데미언 허스트 개인전


데미안 허스트는 이 전시를 3년간 준비해 왔고 750억원 이라는 액수를 쏟아부었다. 그리고 이미 사전에 작품을 세일하여 그 몇 배가 되는 수익이 났다는 소문이다. 역시나 탁월한 흥행가요 이슈 메이커라는 등의 시중의 평들은 그의 확고 부동한 명성에 일조한다.

물론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한 까닭에 점점 초호화급의 기획에 몰두하는 미술의 상업주의에 대한 우려와 관객을 기만하는 태도 논란도 있어 보인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이 전시는 프랑수와 피노 PPR그룹 회장의 현대미술 컬렉션 미술관인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와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에서 열리고 있다.

12월 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어찌 되었든 베니스를 찾는 수많은 이들의 인구에 한동안 끊임없이 회자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비엔날레 기간과 맞물려서 베니스는 그야말로 미술 축제의 장이다. 비바 아르떼 비바(Viva Arte Viva)!


【서울=뉴시스】이동재 작가
【서울=뉴시스】이동재 작가

이동재 작가= 쌀, 콩, 크리스털, 레진 오브제 등을 이용해 인물을 재현하는 작가로 미술시장에서 유명하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에 놓인 작품은 정직하고 노동집약적으로 예술의 가치를 진정성있게 보여준다. 가나아트센터 소속작가로 파리, 중국 베이징등에서 9회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환기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과 울산지방검찰청, 동국대학교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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