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 뽑히고 싶냐?" 선임 폭언·폭행에 육군 일병 자살

기사등록 2017/07/20 17:39:33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육군 22사단 구타 가혹행위 자살 사건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22사단의 미흡한 조치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온 K일병이 국군수도병원 외진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7.07.2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육군 22사단 구타 가혹행위 자살 사건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22사단의 미흡한 조치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온 K일병이 국군수도병원 외진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7.07.20. [email protected]
앞니 빠진 일병에게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냐" 지속적 폭언
 유서에 "엄마 미안해. 매순간 모든 게 끝나길 바랄 뿐. 쉬고 싶어"
 군인권센터 "병영부조리 기본 대응인 피해자-가해자 분리도 없어"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선임병들에게 폭언 및 폭행을 당한 육군 일병이 국군수도병원 외진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일 오후 4시 육군 제 22사단에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온 K일병(21)이 국군수도병원 외진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K일병은 지난 4월 육군 22사단으로 전입 온 이후 지속적으로 선임병 3명의 폭언, 욕설, 폭행에 시달렸다. 훈련 중에도 임무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폭언과 욕설을 듣고,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한 선임병은 훈련 중 앞니가 빠진 K일병에게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냐? 하나 더 뽑히면 부모님이 얼마나 슬퍼하겠냐?"라며 폭언을 했으며, 또 한 선임병은 불침번 근무중인 K일병의 목을 만지며 얼굴을 밀착해 쳐다보며 "왜 대답을 안 하냐"고 희롱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같은 가혹행위의 내용은 K일병이 직접 작성한 수첩에 기록된 것이라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이후 K일병은 지난 14일 이같은 피해 사실을 부소대장과의 면담을 통해 보고했다. 부대는 K일병을 '배려병사'로 지정하고 GOP투입에서 배제했다.

 그럼에도 괴롭힘이 계속되자 K일병은 19일 치과 진료를 위해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함께 온 동료에게 "도서관에 두고 온 것이 있어 가져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7층 도서관에서 열람실 창문을 통해 투신해 사망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육군 22사단 구타 가혹행위 자살 사건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22사단의 미흡한 조치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온 K일병이 국군수도병원 외진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7.07.2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육군 22사단 구타 가혹행위 자살 사건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22사단의 미흡한 조치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 가혹행위를 당해온 K일병이 국군수도병원 외진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7.07.20. [email protected]
배려병사로 지정된 K일병이 국군수도병원으로 외진을 나갈 때, 군 간부의 인솔 없이 동료 병사 가족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는 점에서 병사 관리 소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일병의 지갑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엄마 미안해. 앞으로 살면서 무엇 하나 이겨낼 자신이 없어. 매일 눈 뜰 때마다, 매 순간 모든 게 끝나길 바랄뿐이야. 쉬고싶어"라고 써있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22사단 측은 유족들에게 사건 초기 브리핑을 하며 부대 관리 책임을 '실수'라고 표현했다. 또한 유족들이 K일병의 유품인 유서와 수첩 등을 요구하자 수사자료라고 거부했으며, 사진 촬영마저 거절당했다.

 군인권센터는 "병영부조리 대응의 기본 원칙인 피해자-가해자 분리조차 지키지 않았고 피해자를 방치했다는 것은 사단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며 "지난 사건들로부터 아무런 반성도,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이다. 이번 K일병 사망 사건은 막을 수 있었던 사고다. 피해 사실을 신고했음에도 피해자가 택할 길이 죽음 밖에 없는 상황을 부대가 조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밖에도 ▲가해자 즉각 구속 및 엄중 처벌 ▲김정수 육군 제22사단장 보직해임 및 중징계 ▲군 당국은 망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유품을 유족에 반환할 것 ▲육군 전사망심사위원회는 K일병을 순직 처리할 것 등을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유족의 제보 등을 통해 이같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했으며 추가 피해도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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