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다시 꺾이나' 기로에 선 한국 경제

기사등록 2017/08/13 06:01:00

최종수정 2017/08/13 07:24:23



제조업 생산 증가율 주춤, 수출도 하반기 둔화 전망
8·2 대책에 건설투자 위축, 북한 리스크에 증시 하락  
일부 전문가 "한국 경제 둔화 가능성" 더블딥 우려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에도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고, 수출도 반도체 외엔 전반적으로 미약한 수준이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건설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 불안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한국 경제가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로 돌아가는 이중침체 현상·double dip)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6일 발표한 경제동향을 보면 광공업 생산지표가 5월 2.6%(전년동기대비)에서 6월 1.5%로 증가율이 낮아졌다.

7월 수출 증가율은 19.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반도체와 선박을 제외하면 2.8% 증가에 그친다.

내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소비는 해외에서만 늘어날 뿐 국내 소비는 여전히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중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1.0% 상승해 전월(1.5%)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이처럼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상반기에 비해 개선 추세의 약화가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반기 경기 회복세를 주도해온 수출은 갈수록 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향후 수출은 당분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겠으나 증가세는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경기의 방향을 판단하게 하는 선행 지표들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건설기성액(공사한금액)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5월15일1%에서 6월 6.5%로 떨어졌다. 건설투자 관련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 증가액도 6월부터 마이너스(-0.4%)로 돌아선 상태다. 상반기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낸 데는 건설투자 호조 영향이 컸다. 하지만 강도 높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 김일구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설비고도화 투자가 일어났지만 다른 산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제조업 전반의 생산이 정체됐다"며 "국내 경제의 둔화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높았는데 만약 건설이 없었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1.4%, 2분기 1.2%에 불과했을 것"이라며 "건설투자가 지나치게 위축되면 당장 3분기부터 GDP 성장률에 대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괌 포위사격 발언이 있었던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동안 무려 75.02포인트 급락했다. 주식 가격 하락은 자산 효과 축소로 이어져 소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은 북한 리스크가 부각된 이후 국내 증시에서 빠른 속도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사흘동안 코스피시장에서 1조원을 넘게 팔았다.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이 약 3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리스크는 추가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상반기와 확연히 다른 경제지표에 경기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경기는 여전히 확장국면이 진행 중이지만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해 이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게 사실"이라며 "상반기 예상보다 가뿐한 움직임을 보여줬던 경제지표들이 조금씩 둔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분기점에 선 것처럼 향후 우리 경기흐름 역시 중요한 국면을 지나고 있다"며 "지정학적 위험이 잦아들면 경기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광공업은 한달이 좋으면 한달이 나빠 월별로 왔다갔다 한다. 제조업 가동률도 높지 않다"며 "소비는 최근 부진이 완화됐지만, 회복세가 강하지 않다. 건설 부분도 전년과 비교하면 많이 올랐지만 탄력이 줄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회복 신호가 있지만, 꾸준히 치고 올라갈 수 있게 하는 모멘텀이 약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동향분석팀 이홍직 차장은 지난 8일 '경기변동성 축소에 대한 재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혁신 활동이 줄어들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등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기회복 모멘텀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의 안정적 소득기반 확충,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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