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시장, 중저가 제품이 주도…가격 인하 경쟁

기사등록 2017/08/23 11:00:17

콘텐츠 부족한 탓에 최고사양·초고가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용 기기에 수요 몰려
대만 HTC, 최고가 제품 125만원 '바이브' 가격 인하…오큘러스도 가격 경쟁에 돌입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VR(가상현실)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초고가 제품을 지향하던 HTC 등은 가격 인하 공세에 나섰다.

 23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AR(증강현실)·VR시장은 올해에만 세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VR시장은 올해 67억 달러(약 7조8360억원)규모에서 2020년 700억 달러(약 81조865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AR·VR은 모두 228만대가 판매됐고, 이 중 98%가 VR이 차지했다. 또 VR 판매량의 3분의 2 이상은 삼성전자의 기어 VR이나 구글의 데이드림뷰 등 스크린이 따로 장착되어 있지 않은 제품이었다.

 스마트폰용 VR기기는 아직까지 PC나 콘솔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삼성전자가 49만대로 1위 자리를 유지했고, 소니(43만대), HTC(19만대), 페이스북 오큘러스(10만대), TCL(9만대) 등이 뒤를 이었다.

 대만 스마트폰 개발사 HTC가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운영하는 미국 게임사 밸브와 손잡고 내놓은 바이브는 현재 업계에 나온 VR 기기 중 가장 높은 사양을 지닌 최고가 제품이다.

 무선 VR컨트롤러, 룸 스케일 무브먼트, 내장형 카메라가 탑재된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등이 포함된 바이브는 국내에서 12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센서 등을 설치해야 하는 탓에 방 안에서 VR기기를 쓰고 게임을 할 때 현실세계에서의 장애물에 부딪힐 수 있어 사용자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세이프티 존'을 설정해야 한다.

 바이브 관계자는 "아직까지 VR 시스템과의 연동을 위해서는 고사양의 PC가 필요하다"며 "그래픽카드 기준으로 보면 70만원, 컴퓨터 사양으로 보면 200만원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고성능의 VR기기 바이브를 사용하기 위해선 최소 325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이를 의식한 HTC는 지난 21일 바이브의 가격을 200달러 인하했다.

 여기에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도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큘러스는 599달러였던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격을 499달러로 낮췄다.

 내달 21일까지는 399달러에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오큘러스는 내년을 목표로 저가형 VR기기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나오고 있는 VR기기는 크게 모바일과 PC, 콘솔 기반으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오큘러스와 협력해 2014년 12월 모바일 VR기기 '기어 VR'을 내놨다. 2017형 기어 VR은 기존의 제품과 성능은 같지만 '컨트롤러'가 추가됐다.

 '기어 VR'은 삼성전자에서 판매하는 특정 스마트폰이 있어야 구동이 가능하다. PC나 콘솔 기반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품질에서는 떨어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콘텐츠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 소비자가 비싼 가격을 내고 VR 기기를 구매하는데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용 VR기기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초 200개 수준이었던 VR 관련 업체가 현재 1600개로 늘었다. 하지만 과다한 경쟁 등으로 인한 자금 압박으로 파산하는 기업들 역시 속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VR이 미래의 플랫폼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며 "아직까지는 기술력과 콘텐츠 확보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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