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희 "'나쁜 그림'은 또 다른 위로가 된다"

기사등록 2017/09/21 18:14:15

최종수정 2017/09/21 18:18:48

【서울=뉴시스】나쁜 그림
【서울=뉴시스】나쁜 그림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나는 그림이 주는 완벽한 속임수와 일탈이 좋다. 그것은 그림이 날 사유하게 한다는 뜻이고, 움직이게 한다는 뜻이고, 싱싱하게 살아 있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림은 내가 불완전해도 괜찮다고 나를 위로한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말해준다."

 ‘나쁜 그림’의 저자 유경희는 "그림은 항상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며 "나쁜 그림들이 주는 감각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현재 유경희예술처방연구소를 운영, 아트테라피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책 '나쁜 그림'은 신화부터 역사적 사건, 화가 자신이 살았던 당대의 현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림속 이야기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해주는 지은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삶과 죽음, 욕망과 광기, 사랑과 배신, 유혹과 관능, 복수와 파국 등 그림 속 ‘나쁜 여자’들의 삶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왜 화가들은 가장 성스러운 존재인 성모마리아의 가슴을 드러내는 그림을 그렸을까. 쿠르베와 로트레크는 왜 동성애를 나누는 여성들의 모습을 여러 점의 그림으로 남겼을까. 왜 나이든 여성들은 서양미술사에서 나쁜 존재이자 사악한 존재로 자주 그려졌을까. 왜 마녀는 전부 여성인 것일까. 왜 서양미술에서 남자 영웅을 죽이는 존재들은 주로 여성일까.

표지 그림에 실린 '고디바 부인'은 남편인 영주의 폭정에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부인을 찾아가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심술궂은 영주는 장난삼아 ‘혹시라도 그녀 스스로 벗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온다면 마을 사람들의 세금을 탕감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마을 사람들을 돕고자 했던 고디바 부인은 결국 수치심을 무릅쓰고 길 위에 나섰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선의에 감복해 모든 창문을 잠근다. 하지만 고디바 부인의 재단사는 부인의 나체가 궁금해, 결국 창문을 열고 몰래 훔쳐보기에 이른다.

선의와 악의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그림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림 속 여성들은 때로 처절하고 절실하게 각자의 시대를 살아냈기에 그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나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에게 매혹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껏 터부시되었던, 말하기 어려웠던, 나쁜 것으로 치부되었던 주제들을 그림과 함께 풀어 보여주며 의미 해석을 돕는다.  그리스 신화등 150여점의 작품들 속사정을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36쪽, 매경출판,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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