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한승석·뮤지션 정재일 "이번엔 현실 밀착"...2집 '끝내 바다에'

기사등록 2017/10/12 19:27:48 최종수정 2017/10/12 19: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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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정재일 & 한승석. 2017.10.12. (사진 = CJ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소리꾼인 한승석 교수(49·중앙대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와 ‘천재뮤지션’으로 통하는 싱어송라이터 정재일(35)이 두 번째 협업을 내놓는다.

오는 13일 낮 12시에 정규 2집 ‘끝내 바다에’를 공개한다. 지난 2014년 CJ문화재단의 지원으로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내놓은 첫 번째 정규 앨범 ‘바리 어밴던드(abandoned)’로 호평 받은 이후 3년 만이다.

역시 CJ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앨범은 한층 깊어진 두 사람의 고민이 담겼다. 특히 전작이 바리공주 설화 등 신화를 좇았다면 이번에는 현실의 삶에 천착한다.
 
앨범 발매에 앞서 12일 오후 신정동 CJ아지트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한승석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1집은 신화가 담고 있는 생과 구원 등 다소 무겁고 어둡고 슬픈 분위기였죠. 2집은 현실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희망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콘셉트를 잡고 시작했죠.”

한승석은 작사까지 맡아 텍스트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바리공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전작 가사는 한국어의 말맛을 가장 잘 살린다는 평을 받는 극작가 배삼식(47·동덕여대 교수)이 썼다.

재주가 없는 글쓰기에 매달리느라 지난 2년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는 한승석은 황석영 작가의 대하소설 ‘장길산’, 김소월의 시 ‘왕십리’, 조선 영조 때 김천택의 가집 ‘청구영언’에 기록된 시조 ‘오늘이 오늘이소서’ 등 다양한 한국문화 콘텐츠를 적용했다. ‘사람 간의 따듯한 정과 삶의 희망’응 노래하기 위해서다.
 
특히 대학 시절 읽은 ‘장길산’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30년 동안 묻어둔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타이틀곡 ‘저 물결 끝내 바다에’에 한승석의 그런 마음과 정서가 특히 압축됐다. 수많은 물줄기가 강물과 절벽을 거치며 꺾이고 막힐지언정, 끝내 바다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묘사한 노랫말로 ‘장길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한승석은 “사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판소리에 입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드디어 이 숙제를 하고 세상에 내놓게 돼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첫번째 트랙 ‘정으로 지은 세상’ 역시 마찬가지로 ‘장길산’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승석은 “제가 처음 ‘장길산’을 접했을 때 가장 와 닿은 부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남정네들은 거사를 앞두고 비장하거나 분주한데 정치와 권력에 대해서는 관심 없는 묘옥을 비롯한 여자 캐릭터가 묘옥의 아들과 함께 일상의 평화를 누리고 싶어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한승석은 “다툼과 차별 없이 일상을 꿈꾸는 마음 은 지금이나 그 시절이나 다르지 않다”면서 “저희 노래를 들으시고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품는 분이 한분이라도 있으면 그런 세상이 더 빨리 오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웃었다.
 
앨범은 공동작곡 형태로 작업됐지만 음악적으로는 만능 뮤지션 정재일의 도움이 컸다고 한승석은 전했다.

두 사람은 2001년 원일, 김웅식 등이 속한 우리 음악 타악 연주팀 '푸리'의 2기 멤버로 함께 합류하면서 처음 만났다. 이후 2013년 처음 같이 앨범을 내기 전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적인 교감을 해왔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지지와 믿음이 두터운데 한승석은 이번에 정재일이 더 그렇게 느껴졌다고 했다.

정재일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작업뿐 아니라 대중가수 박효신과 협업, 뮤지컬, 학전의 어린이 극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이번 앨범에서는 ‘옥자’에도 참여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40인조 오케스트라와 15인조 브라스 밴드 30명의 합창단을 진두지휘하는 솜씨를 뽐냈다.

한승석은 “전통 음악만 하는 사람과 작업을 했으면 테두리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재일 씨는 다른 각도에서 해석을 하고, 편곡 방식을 제안하고 엄청난 현악, 관악, 브라스 밴드의 편곡을 입히는 걸 보고 역시 천재는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예컨대 13분에 이르는 세번째 트랙 ‘새벽 편의점’은 새로운 곡을 붙이고 판소리적인 시김새를 사용했다며 제가 했으면 기존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정재일은 푸리 활동을 하면서 적벽가, 진도씻김굿 등 한국의 다양한 소리를 만났고 한국 사람을 떠나서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있냐고 느꼈다며 한승석의 목소리가 거기에 확신을 줬다고 했다.

정재일은 “성악에 대해 학습하면서 언젠가는 우리 언어로, 우리 어법으로 된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서 “우리 소리 특히 판소리라는 성악의 강력함에 매료됐다”고 강조했다.

“판소리가 강력하다고 처음 느낀 건 독일에서 ‘수긍가’인지 ‘춘향가’인지를 소리꾼 분이 완창하시는 걸 들었을 때에요. 완창이라는 곳이 세네시간이 걸리는데 한국어라 모든 언어가 자막으로 처리됐음에도 객석에서 한분도 뜨지 않았어요. 그때 우리 소리가 유니버설한 언어로 특별하다는 걸 느꼈죠. 전 원래 성악을 좋아하지만, 쥐어 짜서 모든 영혼을 토해내는 우리 소리가 좋아요. 안숙선 선생님이 작창하신 ‘트로이의 여인들’ 최근 싱가포르에서도 우리 판소리의 강력함을 느꼈고요.”

한편 한승석과 정재일은 오는 11월18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이번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