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통화정책 완화 줄여나갈 여건 성숙"

기사등록 2017/10/19 16:22:37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7.10.19.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7.10.19. [email protected]

"대내외 리스크 상존···최근 흐름 지속되는지 판단하려면 시간 더 필요"
"내년부터 정부 일자리 정책 본격화···고용시장 개선세 전망"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도 "여러가지 경기와 물가의 흐름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되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한 뒤 "그렇지만 이러한 경기나 물가 흐름이 지속적이냐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연 1.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사상 최저로 내려간 뒤 이달까지 16개월째 동결이다.

 이날 한은이 밝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전망됐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2.9%로 지난 7월 전망과 동일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국내 성장률을 상향조정했는데 3.0%로 올린 것도 그렇고 3번 연속 올린 것도 처음이다. 경기회복세가 많이 강화됐다고 판단하나. 향후 물가전망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 여건으로서 형성이 됐다고 판단했나.

"금년도 성장률을 3.0%로 높였고 물가상승률은 목표수준에 부합하는 2%로 예상하고있다. 이렇게 보면 수개월전 얘기했듯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성장과 물가흐름이 계속 기조적일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 한은의 금리상승 기대감으로 시장금리도 이동하고 있다. 연내 인상 가능성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우리도 미국처럼 장기 금리 수준 목표를 정해놓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나.

"미 연준의 경우에도 장기금리 수준의 목표를 정해놓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와 다른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각자 정책금리를 전망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FOMC의 정책위원들이 보는 정책금리 전망치는 또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보면 미 연준도 통화정책을 그때그때 금융경제 상황변화에 맞춰서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해서 운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통화정책을 어떤 장기적인 정책금리 목표를 정해놓고 운영한다기보다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내수 회복세가 견고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는데 이번에 한은은 소비가 완만하게 확대된다면서 지난 8월달 회복세에서 강도를 좀 높였다.

"지난주 기재부에서 내수회복세가 견고하지 않다고 본 것은 8월 산업활동 동향에 근거해서 판단한 것이다. 실제 8월 동향을 보면 기상여건 악화라든가 또 그간의 높았던 설비투자 등이 조정기를 거쳤다고 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수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 한은 조사국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7~8월 주춤했던 설비투자가 9월 들어서 정보기술(IT) 등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 추석연휴가 있긴 했지만 소비도 어찌됐든 확대됐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내수는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한미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의 위험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외부자금의 급격한 유입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되는 건 어떻게 보나.

"미국도 시장 예상에 의하면 12월 중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때문에 그런 것도 같이 감안해서 내외금리차를 생각해 봐야 한다. 외국인 자본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내외금리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사정이나 각국의 물가와 경기상황, 통화정책의 변화, 이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정된다."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을 고려해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어 보였다. 그래서 시장이 움직임을 보였다는 분석도 있다.

"9월 하순 이후에 장기간 금리가 상승한 것 염두한 질문인 것 같다. 여러 번 말했지만 시장금리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외에도 경기나 물가전망, 내외금리차, 시장에서의 자금수급사정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북한리스크가 여전히 잠재해 있는 점, 9월 하순에 외국인투자자들이 현물과 선물 채권을 대규모 매도함에 따라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 또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경계감도 금리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권현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7.10.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권현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7.10.19. [email protected]

 -사드 배치와 연관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지.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한중 관계의 향방을 저희가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금년 중에 사드갈등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예상보다는 상당히 컸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들이 나타나게 될 것을 감안하면 부정적 영향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를 한다."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오르는 등 단기물 금리가 많이 오르는데 일각에선 한은에서 한번 정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다. 이런 단기물의 움직임이 한은의 현재 통화정책 기조와 부합 한다고 보나.

"앞서 답변했듯 시장금리라는 것은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는 물론 여러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최근 시장 금리 움직임에는 국내 통화정책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일부 반영돼 있다고 파악을 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금리가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와 부합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성장률을 올해 3.0%로 올렸는데 정부 쪽에서 말하는 그 성장정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보나. 또 하방요인이 있다면 뭐라고 보나.

"전반적으로 국내경기는 금년과 내년 잠재성장률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여기에는 상하방리스크가 다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에서 밝힌 성장률 3%에 대해서는 그 경로 전망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보인다고 했을 경우라면 기재부와 한은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본다."

 -최근 외국인 증권자금이 2달 연속 순유출되고 있다. 최근 채권자금의 이탈폭도 커졌다. 이런 순유출 전망은 어떻게 보나.

"8월 이후에 북한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외국인 증권자금이 상당수 유출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10월 들어선 주식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되는 등 안정적이다. 채권자금도 9월 중에는 일부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가 있었지만 10월 들어 대부분 재투자되는 등 유출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북핵 리스크가 자금 유출에 영향을 끼쳤듯이 이에 대한 경계감이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북핵 리스크의 전개상황에 유의해서 외국인투자자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보도록 하겠다."

 -8월 고용지표를 보면 고용증가가 21만4000명이고 9월도 30만명대로 나온다. 그렇지만 산업별로 따져보면 대부분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부분에 많고 민간부문 고용은 여전히 부진하다.

"현재 노동시장은 수출의 호조에 힘 입어 제조업 취업자수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서비스업은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부진했고 건설업 취업자도 기상여건 등의 영향으로 변동 폭이 큰 양상이다. 결국 제조업 부분의 고용증대가 서비스업이나 건설부분 부진을 상쇄시킬 정도의 고용창출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고용의 질적 개선은 조금 더 역점을 둬야 될 상황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수출 호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정부가 내년부턴 일자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계획에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고용은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8월까지 부진하고 있었는데 4분기를 넘어가면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 특히 비IT 쪽의 제조업 전망은 어떻게 보나.

"8월에는 설비투자나 기상여건에 따른 악영향 등으로 내수가 조금 주춤한 것으로 보였지만 9월 이후 최근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한다면 다시 회복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한다."

 -올해 성장률을 3.0%로, 내년은 2.9%로 전망했는데, 단순한 수치만 놓고 보면 경기사이클이 고점에 이르렀다가 꺾이는걸로 볼 수 있지않나.

"너무 이른판단이다. 경기사이클 판단은 더 시간을 가지고 분석해야 할 상황으로 본다."

 -이번 은행 가계대출을 보면 9월 들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3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이는데 대신 반대로 부동산과 건설경기 침체가 우려된다.

"건설경기가 최근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내년에는 조정기일 것으로 예상한다. 기저효과에 따라서 건설경기가 낮아진 걸로 비칠 수도 있지만 큰 침체 등의 상황으로 이어질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한중 통화스와프가 합의가 되고도 기술검토로 시간을 끌었다고 밝혔다. 합의과정에서 기술적 검토가 안 된 건가.

"통화스와프와 관련된 기술적 검토란 그야말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였다. 큰 원칙은 합의가 됐고 발표할 때까지 미세한 부분에 대한 협의다. 그런 부분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전체 통화스와프 재연장이란 틀에서 보면 이 부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번 발표에서의 문구를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 깊게 살펴본다고 적혀있다. 지난번 발표와 비교했을 때 가계부채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한은이 고려하는 위협변수에서 그 비중이 줄었음을 시사하는건 아닌지.

"지정학적 리스크와 가게부채 증가세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것이 아니냐고 해석하는 것 같은데, 가계부채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관심도는 그 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 다 동일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총재 설명을 들어보면 당장 다음 달이라도 금리가 인상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금리 인상이 나타나면 대체로 한 차례가 아닌 몇 차례에 걸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완화 기조를 축소할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긴축 전 시점의 금리 수준까지 인상할 가능성도 염두해두고 있나.

"반복해서 말씀드리면 여러가지 경기와 물가의 흐름이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되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건 그런 경기나 물가 흐름이 지속적이냐, 기조적이냐 하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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