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 설계 강화④] 급증한 필로티 구조 건축물, 지진에 취약

기사등록 2017/11/24 14:34:39

최종수정 2017/11/27 09:25:27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0일부터 특수구조대 1개팀 6명으로 구성된 안전조치반을 포항지진 현장에 긴급 파견했다고 22일 밝혔다.사진은 포항시 북구의 한 빌라에서 구조대원들이 로프에 의지해 낙하위험물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2017.11.22. (사진=부산소방본부 제공)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0일부터 특수구조대 1개팀 6명으로 구성된 안전조치반을 포항지진 현장에 긴급 파견했다고 22일 밝혔다.사진은 포항시 북구의 한 빌라에서 구조대원들이 로프에 의지해 낙하위험물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2017.11.22. (사진=부산소방본부 제공)[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포항 지진 피해가 필로티 구조 건물에 집중되면서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소규모 건축물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필로티 구조 설계 건축물이 지진에 특히 취약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필로티 구조란 건물 1층 사방을 벽면으로 설계하는 대신, 건물 모퉁이에 기둥 네 개만 세운채 1층 공간을 남겨두는 방식이다. 벽면이 있어야 할 공간을 얇은 기둥이 대신하다보니 일반 건축물보다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필로티 구조로 설계된 건물 기둥이 부서지고 철근 콘크리트 뼈대만 남은 사진이 인터넷 상에 퍼지기도 했다.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필로티구조.(자료제공 =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자가점검 홈페이지)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필로티구조.(자료제공 =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자가점검 홈페이지)

 서울시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홈페이지에서 필로티 구조를 지진에 취약한 건축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계단실이 건물 중앙에 위치하지 않을 때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계단실 반대편 기둥에 변형이 집중돼 지진에 더욱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최근 이같은 필로티 구조 건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주차난이 심화하면서 서울 도심 등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곳을 중심으로 필로티구조로 설계한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하려면 지하주차장을 만들어야 하지만 땅을 파는 것보다 필로티 구조로 시공하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특히 20세대 미만의 소규모 건물의 경우 필로티 설계만으로도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소규모 건축물을 중심으로 '필로티 주차장' 설계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도시 오래된 주택가의 경우 공사 자체도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것보다 필로티 공사가 수월하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 새로지은 빌라나 도시형 생활주택, 소형 오피스텔에서 필로티 설계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2년 9월 이후 허가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경우 1층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한 것도 이같은 추세에 한 몫했다.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구조의 예(자료제공 =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자가점검 홈페이지)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구조의 예(자료제공 =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자가점검 홈페이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실태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의 88%가 필로티구조다.
 
 전문가들은 필로티구조가 소규모 건축물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어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내진설계 적용 의무대상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필로티 구조 자체도 지진에 취약한데 필로티 구조가 적용된 건물 대다수가 내진설계도 되어있지 않을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필로티구조가 적용된 소형 건축물은 주로 동간거리가 짧은 주택 밀집가에 위치하고 있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옆 건물을 쓰러뜨려 피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급차 진입로를 막아 인명구조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현관 위치도 문제를 키운다.

 필로티구조는 1층을 활용하기 위해 설계된 형태이다보니, 건물에 진입하는 현관을 건물 안쪽 깊숙이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필로티로 설계된 건물을 둘러보면 현관 앞쪽으로 차가 세워져 있거나 무인택배함 등이 놓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지진이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구조대원이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 어렵게 된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포항 지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1.1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포항 지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1.19. [email protected]

 이에 필로티 구조 설계를 지양하고, 필로티 건물의 내진설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연구위원은 "최근 영세한 분양주들이 시공비를 아끼려고 지하주차장이 아닌 필로티 설계로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시공비를 아끼면서 지은 건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하거나 필로티 구조 기둥자재를 튼튼한 것으로 썼을리 만무하다"며 "소규모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구조 설계를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종석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수도권 일대는 역사적으로 강진이 23차례 발생했다"며 "더이상 서울 및 수도권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서울을 포함 수도권은 사회기반시설과 노후시설이 밀집돼있고 인구도 많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클 것"이라며 "지진위험도를 평가하고 관련 자료를 구축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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