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안 찬찬히 읽어보기

기사등록 2017/12/19 00:17:48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 감세 및 일자리 법안의 상하원 조정안이 마련된 후 백악관에서 법안 통과 격려의 말을 하고 있다. 2017. 12. 19.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 감세 및 일자리 법안의 상하원 조정안이 마련된 후 백악관에서 법안 통과 격려의 말을 하고 있다. 2017. 12. 19.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에서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감세 및 일자리 법안(TCAJ)'이 크리스마스 전에 완전한 법률이 될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 여러 제도가 한국과 차이가 많다는 점을 참작해서 복잡한 세금 관련 법안을 살펴본다.  

이번 감세 조치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10년 간 실시된다.  미국 법에서 10년(decade)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단 1년이 기간인 개별 회계년도(FY) 예산안도 당해 년도부터 10년 간의 변동과 추계를 함께 담아 작성해야 한다.

트럼프 감세법은 10년 동안 1조5000억 달러(1635조원)를 감세하므로 1년 평균 1500억 달러 정도의 세금을 덜 걷게 된다. 미 연방정부는 올해 예산 총수입이 3조3600억 달러다. 인구 수로 나눠보면 1인당 1만200달러(1100만원) 꼴인데 이 중 감세 조치 대상이 되는 세수는 1조6000억 달러를 걷는 개인소득세, 3100억 달러를 징수하는 법인세 및 200억 달러 정도의 상속증여세 등 3부문으로 총 1조9300억 달러 규모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등 4대보험과 비슷한 사회보장 납입금 1조2000억 달러는 감세 대상이 될 수 없다.

즉 올해 기준으로 예산 총수입 3조3000여 억 달러 중 감세 해당 세수는 2조 달러 정도이며 여기서 1500억 달러를 덜 걷겠다는 것이다. 상당한 감세 규모이지만 한 세대 만의 최대 감세법이라고 하기에는 좀 약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31년 전 레이건 때의 감세 조치와 맞먹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1986년 감세 규모를 현재 가액으로 환산하면 10년 동안 6조 달러에 해당된다. 10년 동안 1조5000억 달러 규모인 이번 감세 조치는 역대 12번째에 그친다.

이 1조5000억 달러 세금 덜 걷기는 단순한 세율 감축는 물론 보다 복잡한 감면 및 공제 개편의 세제개혁을 통해 이뤄진다. 세법의 상당 부분을 바꿔 10년 동안 일정 부문에서 지금보다 6조 달러를 감해주면서 또다른 부문에서 4조5000억 달러를 지금보다 더 걷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기간 감세(-)와 증세(+)의 총합이 마이너스 1조5000억 달러이기 때문에 1조5000억 달러 감세법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제 1년에 1조6000억 달러를 징수하는 개인소득세 분야를 보자. 10년 동안 3조3000억 달러를 덜 걷고, 다른 항목에서 지금보다 3조 달러를 더 징수한다. 그러므로 개인소득세에서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개인소득세는 단순화 공약이 무색하게도 세율 구간이 8개로 이전보다 하나 더 늘어났고 세율이 최저 10%부터 최고 37%가 됐다. 기존 최고 세율 39.6%를 떠올리면 세율 감축 정도가 별로인 것처럼 보이나 이것만으로도 10년 동안 1조1000억 달러의 세입이 줄어든다.

개인소득세 감세의 핵심은 세율보다는 공제 체제의 개편이다. 각종 세금면제 및 소득공제 항목을 대거 삭제하는 대신 표준공제 상한선을 2만4000달러(2650만원, 부부 합산)로 배 가까이 올렸고 자녀 1인당 세액공제도 2000달러로 두 배 인상했다. 표준공제 규모가 커져 항목별 공제를 일일이 따질 필요 없이 표준공제 란에다 체크만 해도 되는 납세자가 전체의 90%를 넘어서게 된다. 세금을 매길 수 있는 소득액인 과세표준 계산이 간편해진 것이다.

이처럼 표준공제와 자녀 세율공제를 두 배로 늘리고 부양자 세액공제를 신설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수많은 면제 및 공제를 없앤 덕분이다. 허나 공화당 자당 내 반대를 무마하고 이익집단의 로비력에 예외 조항을 추가시키느라 갈수록 공제 항목들이 되살아났다. 또 민주당을 지지하는 부유층 상당수가 갑자기 살고 있는 주(State)와 연관되어 이 공제 개혁으로 감세는커녕 증세를 당하게 됐다. 공제 개혁이 정치적 술수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 감세법은 법인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만큼 비판이 거세다. 법인세 부문은 세제개편으로 10년 동안 몇몇 항목에서 2조2000억 달러 정도를 덜 걷고 다른 항목들에서 1조2000억 달러를 증세한다. 해서 법인세에서 1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1년 징수 규모가 3100억 달러로 개인소득세의 5분의 1도 안 되는 법인세인데 순 감세 및 재정적자 발생 규모는 개인소득세 때 3000억 달러의 3배가 넘는다. 그만큼 트럼프 감세법의 핵이다.

현행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 35%를 21%로 낮추는 이 한 가지만으로 10년 동안 법인들은 1조5000억 달러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공화당은 매년 65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나오는 판국에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한층 더 늘리는 감세를 감행하려는 이유로, 기업과 돈에 여유가 있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덜  걷으면 그만큼 기업과 부자들이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돼 경제가 더 성장하고 일자리가 더 만들어지고 임금이 오르고 중산층의 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누누히 설명해왔다. 트럼프 감세법은 납세자의 80% 가까이에게 감세 혜택이 돌아가는 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문제는 감세 절대액의 70% 정도가 기업과 상위 20% 개인에게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 공화당은 어떤 말을 하는가. 연방 개인소득세 대상자인 1억3000만 명 중 47%가 연방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한국 근로자의 46%가 근로소득을 한 푼도 안 내는 것과 참말 유사하다. 미국 연방 개인소득세는 근로소득과 불로소득을 다 포함하는 것이라 한국의 근로소득과 다르기는 하다. 이 미국 연방소득세 면세자 47%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미트 롬니가 "쓸모없는 국민"이라고 비공개리에 불렀던 바로 그 층이다.

공화당은 나아가 연방 개인소득세(올해 1조6000억 달러)의 70%를 상위 20%가 납부하고 있으며, 특히 상위 1%가 46%를 부담하고 있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세금 부담을 이렇게 많이 하는 부유층에게 비슷한 비율로 감세 헤택이 돌아가는 것이 뭐 대단한 문제냐는 항변이다.

연 200억 달러가 걷히는 상속세를 완전 철폐해서 10년 간 2000억 달러의 감세를 행할 작정이었으나 결국 면세 상한선을 2200만 달러(240억원, 부부합산)로 두 배 올리고 세율 40%는 그대로 두기로 해 감세 규모가 반으로 줄었다.

미국민들은 연방 개인소득세 및 사회보장 납입금 외에 주(State)정부와 카운티 및 시의 지방(Local)정부에 지방세(SALT)로 3조1000억 달러를 따로 낸다. 연방 정부에 내는 세금과 거의 같은 규모다. 국세와 지방세가 얼추 5 대 5 비율인데 아직 7 대 3이 못 돼 시끄러운 한국 상황과 매우 대비된다. 미국 지방세는 그간 연방 개인소득세 계산 때 전액 공제되었다. 그래서 교외 부유층은 부담없이 재산을 보유하고 물품을 샀고 지방정부는 재산세, 판매세 및 지방소득세를 많이 거둬 복지 등에서 여유있는 시정을 행했다. 그런데 공화당은 이번 감세법에서 SALT 공제액을 1만 달러로 제한해버렸다.

지방세를 많이 걷는 주의 평균 연방세 SALT 공제액이 2만 달러가 넘었으므로 1만 달러 이상을 연방 개인소득세 세율로 곱해 애먼 세금을 내야될 판이다. 그런데 이런 '고액 지방세' 주가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를 비롯 10여 곳 모두 저번 대선 때 트럼프 대신 힐러리 클린턴을 찍은 민주당 아성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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