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위에"…최강 한파 속 길냥이들이 살 수 있는 이유

기사등록 2018/01/12 10:54:54


【서울=뉴시스】 강민성 기자 = 11일 서울어린이대공원 공연장 옆 거리에서 길고양이가 한 시민이 건네준 오징어를 먹고 있다. 2018.01.11.  kms651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민성 기자 = 11일 서울어린이대공원 공연장 옆 거리에서 길고양이가 한 시민이 건네준 오징어를 먹고 있다. 2018.01.11.  [email protected]

서울어린이대공원의 길냥이들과 직원들 온정
일부러 먹을거리 사오는 시민들…"불쌍하니까"
못마땅하다며 "먹이 왜 주나" 타박하는 이들도
카라 "작은 손길들이 많은 생명 살릴 수 있다"

 【뉴시스】 강민성 기자 = "저 고양이 추워서 어떻게 해요. 어떡해…."

 11일 낮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한 초등학생이 맹추위에 옷깃을 여미며 걱정스럽게 혼잣말을 했다. 두툼한 패딩을 입은 학생은 칼바람을 맞으며 서성이는 고양이가 불쌍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역시 고양이를 바라보던 다른 시민은 "내가 여기 운동하러 올 때마다 저 앞 편의점에서 오징어를 사오지. 자주는 못 오지만 길고양이들 먹이 좀 주려고"라고 말했다.

 광진구 능동에 위치한 서울어린이대공원에는 '길냥이'가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오는 고양이가 있는 반면, 여기 온 지 얼마 안 된 듯한 고양이는 도망다니기 바빴다.

 시민들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한겨울 최강 한파 속에 먹이를 찾아 떠도는 고양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안내소 옆 화장실 근처에는 고양이들 휴식처와 먹이가 마련돼 있었다.

 못마땅하게 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왜 먹이를 주냐"며 "이러니까 길고양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그래도 측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였다.

【서울=뉴시스】 강민성 기자 = 서울어린이대공원 안내소 화장실 옆에 가면 고양이들의 쉴 수 있는 쉼터가 있다. 안내소 직원들은 당번을 정해 먹을 것과 마실 물을 매일 갈아준다. 2018.01.11.  kms651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민성 기자 = 서울어린이대공원 안내소 화장실 옆에 가면 고양이들의 쉴 수 있는 쉼터가 있다. 안내소 직원들은 당번을 정해 먹을 것과 마실 물을 매일 갈아준다. 2018.01.11.  [email protected]

 안내소 직원에 따르면 서울어린이대공원에는 고양이들 쉼터가 7곳이나 된다. 직원들은 아침 당번을 정해 먹이와 마실 물을 갈아준다고 했다.

 한 직원은 "어린이대공원에는 동물원이 있어 야생동물 관리하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길냥이들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며 "공원 정문 주변을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정문이'라고 이름 짓고 돌봐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와 협력해 먹이와 집을 제공해주고 있다"면서 "지난 몇 년 간 길고양이를 보살피고 있는 고마운 단체”라고 언급했다.

 카라는 '셸터(대피소)'를 만들어 공급하고 굶지 않도록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은 길고양이들을 포획해 동물병원에서 건강진단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다시 본래 장소로 방사한다.

 카라는 다양한 보호 캠페인을 활발하게 벌인다. 생명의 노크(똑똑 캠페인), 셸터 보급사업, 하계·동계 집중 중성화수술, 사료 정기 공급 등 다방면에서 길냥이들을 위해 노력 중이다.

 자체적으로 아픈 동물들이 살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카라가 위치한 건물 4층에 가면 동물들을 씻겨 주고 아픈 곳을 정기적으로 치료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강민성 기자 = 11일 서울어린이대공원 안내소에서 길고양이 '정문이'가 들어와 하품을 하고 있다. 정문이는 이 곳에서 인기가 많다. 2018.01.11.  kms651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민성 기자 = 11일 서울어린이대공원 안내소에서 길고양이 '정문이'가 들어와 하품을 하고 있다. 정문이는 이 곳에서 인기가 많다. 2018.01.11.  [email protected]

 김현지 정책팀장은 "14개 대학 15개 동아리와 협약을 체결해서 길고양이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며 "포획한 길고양이들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돌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여러 기억에 남는 일화 중 '은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은이는 안구 위축증과 구내염, 뇌수막염까지 겹쳐 매우 아팠던 삼육대학교의 길냥이”라며 "은이를 포획하는 데 성공해 긴급 치료를 진행했으나 하반신 마비가 있어 안타까웠다. 다행히 호전이 돼서 임시보호처로 옮겨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의 작은 손길이 많은 생명을 살리고 보살필 수 있다"며 주변의 길고양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기를 소망했다.

【서울=뉴시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겨울철 길고양이들을 위해 살 공간과 먹이를 제공해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카라 제공)
【서울=뉴시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겨울철 길고양이들을 위해 살 공간과 먹이를 제공해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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