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을 바꿔라⑦]서울, 최저주거기준미달가구 전국 최다

기사등록 2018/01/24 10:31:07

최종수정 2018/01/30 09:21:16

 5대 쪽방촌 모두 미달…서울시 2015년 이후 1위 불명예
 '주택외 거처' 거주 타시도 상회…중구>종로구>금천구>구로구 順 
 주거빈곤아동도 서울 1위…최저기준 미달아동 4명중 1명 서울 거주
 서울 1인 청년가구 주거빈곤율↑…2000년 31.2%→2015년 37.2%


 
【서울=뉴시스】특별취재팀 =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임을 자부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국 1위를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불명예스런 1위가 하나 있다. 서울은 전국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최저주거기준 미달은 가구원수에 비해 침실이 부족하거나 비좁거나 욕실·화장실·부엌을 다른 가구와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재래식 시설이거나 아예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서울시 5대 쪽방촌(돈의동, 동대문, 남대문로5가·중림동, 동자동·갈월동, 영등포동)에 있는 쪽방은 대부분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서울 쪽방 4000여개에 머무는 주민 3200여명은 전국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에 살면서도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돼 있다. 공실로 집계된 나머지 약 800개 쪽방은 한층 더 열악하다. 신분을 숨기려는 이들이 하루 묵고 떠나는 쪽방인 '일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수준의 쪽방은 아예 비어있거나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로 쓰인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빈곤 가구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156만여가구로 이 가운데 40만5000여가구가 서울에 있다.
 
 서울은 2015년을 기점으로 전국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됐다. 서울의 미달 가구 비율은 1995∼2005년 전국 평균보다 낮았지만 2010년에는 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미달 가구 비율이 높아졌고 2015년에는 10.8%를 기록해 마침내 경북(10.5%)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서울=뉴시스】시도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2015년). 자료: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서울=뉴시스】시도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2015년). 자료: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서울의 주거빈곤가구 비율이 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 자체가 다른 시도에 비해 높은 탓도 있지만 쪽방·고시원·비닐하우스 등 주택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에 거주하는 비율이 다른 시도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자치구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관악구(21.9%), 금천구(16.5%), 동대문구(14.8%), 종로구(14.5%) 순으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많았다. 반면 서초구(4.8%), 강남구(6.3%), 도봉구(6.5%), 송파구(7.4%) 등은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았다.

 쪽방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 거주 가구 비율 역시 구별로 차이가 크다.

 중구(6.3%), 종로구(4.7%), 금천구(4.5%), 구로구(3.6%) 순으로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 거주 가구 비율이 높다. 반면 도봉구(0.3%), 양천구(1.0%), 노원구(1.1%), 송파구(1.1%) 등은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거주지가 아니다. 서울은 주거빈곤 아동수에서도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2015년 전국 최저주거기준 미달 아동은 94만명인데 서울시내 주거빈곤 아동수는 23만4000명, 주거빈곤 아동 가구수는 15만 가구다. 서울은 주거빈곤 아동수와 주거빈곤 아동 가구수 모두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아동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구별로 차이가 있다.

 금천구(17.7%), 중구(16.9%), 관악구(15.5%), 종로구(15.3%) 순으로 아동 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높다. 반면 서초구(3.9%), 강남구(6.6%), 송파구(8.4%), 구로구(9.1%) 등은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에 사는 1인 청년 가구의 주거 수준 역시 하락하고 있다.
 
 전국 전체가구의 주거빈곤율은 1995~2015년 46.6%에서 11.6%로 감소한 반면 서울 1인 청년가구 주거빈곤율은 2000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서울 1인 청년가구 주거빈곤율은 2000~2005년 31.2%에서 34.0%로 소폭 증가한 이래 2005~2010년에는 34.0%에서 36.3%로, 2010~2015년에는 36.3%에서 37.2%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쪽방과 고시원 등 가장 열악한 거주지에 머무는 서울 청년들이 늘고 있는 점도 문제점이다. 2005~2010년 사이 서울 1인 청년가구의 쪽방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 거주 가구' 수는 2005년 2818가구, 2010년 2만2644가구, 2015년 3만8906가구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아파트 대량 공급을 통해 주거빈곤율이 감소해온 전반적인 경향과 달리 서울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은 최근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서울 1인 청년가구는 다른 세대에서는 한번도 관찰되지 않았던 '역주행'을 보여주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1인 청년가구 주거빈곤율 변화
【서울=뉴시스】 서울 1인 청년가구 주거빈곤율 변화

 서울시 1인 청년가구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구별로 차이가 있다.
 
 관악구(42.7%), 동작구(30.0%), 성북구(29.3%), 동대문구(25.8%) 순으로 1인 청년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많다. 반면 강남구(5.7%), 구로구(7.0%), 서초구(7.0%), 양천구(8.0%) 등은 상대적으로 적다.

 연구진은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 밀집지역의 경우 서울대, 중앙대, 고려대 등 대학가 인근 지역이 많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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