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결산②]건강한 스포츠·정직한 경쟁, 그 순수한 감동과 환희

기사등록 2018/02/25 13:20:54


【평창=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올린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과 북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 입장하고 있다. 2018.02.09  photo@newsis.com
【평창=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올린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과 북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 입장하고 있다. 2018.02.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17일 동안 강원도 평창을 밝힌 성화가 꺼진다. 대한민국에서 열린 첫 동계올림픽에서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열전을 벌이며 우정을 다졌다.

눈밭과 빙판 그리고 얼음미끄럼틀 위에 펼쳐진 감동과 환희의 순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선수들의 열정은 평창의 매서운 추위도 녹여버릴만큼 뜨거웠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막을 연 개회식에서는 남북 선수단이 '코리아'의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해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아리랑 선율에 맞춰 하나된 남북 선수단의 모습에서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평창=AP/뉴시스】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 성화를 진행하기 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18.2.9.
【평창=AP/뉴시스】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 성화를 진행하기 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18.2.9.

'피겨여왕' 김연아의 등장은 개회식에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했다. 누구나 한 번쯤 예측했을 법한 최종 점화자였지만 그 방식은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흰 드레스에 스케이트를 신은 피겨여왕은 한 마리 고니와도 같이 우아하게 얼음을 지친 뒤 성화대에 불을 밝히며 평창 올림픽의 시작을 알렸다.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되고 각국 선수들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큰 감동을 줬다. 올림픽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남몰래 흘린 선수들의 땀과 눈물, 고통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3000m 계주 예선에서 보여준 집념은 명장면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대표팀은 예선 초반 예기치 않은 실수로 넘어지면서 앞선 선수들과 반 바퀴 가까이 뒤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레이스를 이어갔다.

서서히 격차를 좁힌 대표팀은 7바퀴를 남기고 선두에 올랐고,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결승에 진출했다. 치명적 실수를 하고도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은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이끌어내며 더 큰 감동을 전했다.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20일 오후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 결승 경기. 금메달을 딴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2018.02.20.(Canon EOS-1D X Mark Ⅱ EF100-400 f5.6 IS Ⅱ USM ISO 5000, 셔터 1/1250, 조리개 5.6) scchoo@newsis.com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20일 오후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 결승 경기. 금메달을 딴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2018.02.20.(Canon EOS-1D X Mark Ⅱ EF100-400 f5.6 IS Ⅱ USM ISO 5000, 셔터 1/1250, 조리개 5.6) [email protected]

개막을 불과 20일 앞두고 급조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 올림픽 무대에 섰다. 예선에서 스위스와 스웨덴에 각 0-8로 처참하게 졌지만 첫 승과 첫 골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팀 코리아'는 숙적 일본을 상대로 역사적인 첫 골을 기록했다.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각국 언론도 단일팀의 첫 골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8년 만에 다시 정상의 자리를 찾은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미국)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작년 11월 연습 중 큰 부상을 입어 이마와 입술 등을 무려 62바늘이나 꿰맸다.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올림픽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가까스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화이트는 하프파이프 결승 3차전에서 고난도 기술을 완벽하게 성공시겼다. 4년 전 소치 올림픽 부진을 털고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아름다운 우정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올림픽 3연패를 목표로 했던 이상화는 숙명의 라이벌 고다이라에게 패하며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은메달이 확정된 뒤 복잡한 심경으로 트랙을 돌던 이상화는 만감이 교차한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런 이상화를 관중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격려했다. 그리고 고다이라 역시 이상화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두 선수는 주니어 시절부터 1위 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서로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둘 사이에는 승패도, 국적도 없었다. 오직 아름다운 우정만이 존재했다. 서로를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두 빙속 여제의 아름다운 우정이야말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18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가 눈물 흘리는 이상화를 위로하고 있다. 2018.02.18.  scchoo@newsis.com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18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가 눈물 흘리는 이상화를 위로하고 있다. 2018.02.18.  [email protected]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이 보여준 투혼과 열정도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승훈은 5000m를 시작으로 1만m, 팀 추월, 매스스타트까지 올림픽 기간 무려 37.4㎞나 되는 살인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5000m 5위, 1만m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팀추월에서는 동생들을 이끌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는 최초의 올림픽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3차례 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획득했다. 빙속 사상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5개의 메달을 수집하며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여자 팀추월에서 조직력이 실종된 레이스로 큰 실망을 준 김보름은 마음의 짐을 안고 펼친 매스스타트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속죄의 메달을 땄다. 온갖 비난에 시달려야 했던 김보름은 웃을 수 없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관중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어린 선수의 실수를 보듬었다. 과오를 거울 삼아 성숙한 선수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 은메달을 딴 김보름이 관중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2018.02.24.  scchoo@newsis.com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 은메달을 딴 김보름이 관중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2018.02.24.  [email protected]

크로스컨트리에서도 경기 도중 넘어지고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딴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시멘 헤그스타드 크뤼거(노르웨이)다. 크뤼거는 11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15㎞+15㎞ 스키애슬론에서 7번째로 출발했지만 얼마 못 가 앞 선수의 스키에 걸려 미끄러지며 눈밭에 나뒹굴었다.설상가상 폴까지 부러져 운영요원에게 새 폴을 받고서야 힘겹게 경기를 이어갔다. 첫 구간에서 68명 중 67위로 처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크뤼거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 명씩 따라잡으며 순위를 끌어 올렸다. 오로지 레이스에만 집중한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스키애슬론 경기에서는 또 하나의 가슴 뭉클한 장면이 있었다. 하위권으로 처져 힘겹게 레이스를 이어가던 우리 선수를 응원하는 북한 스키 코치진의 모습이었다. 김은호가 눈 속에서 외로운 질주를 이어가던 중 북한 코치진이 소리쳐 응원하는 장면은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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