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샤 파테예바 "색소폰은 행운의 악기...카르멘 환상곡 선사할게요”

기사등록 2018/03/13 17:57:37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중후하고 부드러운 음색의 색소폰에 대한 편견이 있다. 재즈를 좋아하는 중장년 남성층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 그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라면,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의 백마 탄 왕자님 '강풍호'(차인표). 

클래식 분야에서 색소폰이라는 악기의 잠재력을 알리고 있는 크림반도 케르치 출신의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28)는 이 선입견을 산산조각내고 있다.

13일 오전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파테야바는 "제가 열 살 때 서른일곱살이던 아버지가 배우려고 색소폰을 사오셨는데, 몸으로 그 소리를 직접 느끼니 굉장하더라고요. 여섯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색소폰에 단숨에 빠져들었죠"라고 웃었다.

화려한 외모로 '색소폰계 요정'으로도 통하는 파테야바는 색소폰을 배운 지 6개월 만에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만큼 이 악기에 대해 두각을 나타냈다. 2012 독일 음악 콩쿠르 1위를 비롯 2014 아돌프 삭스 국제 콩쿠르 3위, 2016 에코 클래식 어워즈 신인상과 오르페움 재단상, 베런버그 문화상 등을 받았다.
 
라이프치히 게반트 하우스, 베를린 필하모니,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유서 깊은 공연장들에서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색소폰을 공부하기 시작한 시절에는 여자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지금은 드물죠."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3. [email protected]

색소폰은 1840년께 벨기에 음악가 겸 악기발명가인 아돌프 삭스(1814~1894)가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클래식 음악에 주로 사용됐다. 파테예바 말마따나 삭스 이전 시대에 활약한 모차르트,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이 악기는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베를리오즈, 비제가 교향곡에서 색소폰을 사용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색소폰이 미국의 상징적인 악기로 떠오르면서 이 악기와 클래식음악이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인식이 옅어졌다. 파테예바는 "재즈의 인기와 더불어 색소폰이 상징적인 악기가 됐고, 클래식에서 배제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근래 들어서는 워런 힐, 데이브 코즈, 케니 지 등 주로 남성 재즈음악 연주자들에 의해 색소폰이 알려졌다. 고바야시 가오리, 캔디 덜퍼 등 여성 색소폰 연주자가 있지만 이들 역시 재즈 기반의 뮤지션들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파테예바는 색소폰 레퍼토리가 없는 슈만의 곡을 색소폰에 맞게 편곡하는 등 색소폰을 통해 클래식음악을 알리는데 짜릿함을 느끼고 있다. 바이올린의 '레' 연주는 '미'로 올려서 하고, 첼로의 경우는 한 옥타브를 올려 연주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3. [email protected]
그는 "익숙한 음악을 색소폰으로 들려줬을 때 다른 접근법과 해석이 나오면, 즐겁다"며 싱글벙글이다. "바흐도 당시 색소폰이 있었으면, 이 악기를 위한 곡을 작곡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파테야바는 클래식음악에 대한 사랑 때문에 어렸을 때는 재즈를 거의 듣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색소폰이 재즈 악기'라는 말에 대한 거부 반응도 보였다.

파테예바는 "클래식음악에서 색소폰 연주는 입을 모아서 소리를 내뱉을 때 건조한데, 재즈는 그 반대"라면서 "재즈를 들을 때마다 '잘못됐잖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는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재즈의 매력을 알기 시작했다고 했다. "대단한 것이 많더라고요. 음향적인 것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자유로운 부분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죠."

색소폰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유연함이다. 몸체는 금관악기처럼 보이지만 마우스피스에 끼우는 리드는 나무로,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섬세한 금관악기이자 강력한 목관악기, 즉 관악기계의 '수륙양용'으로 통하는 셈이다. 파테야바는 "호흡법은 강렬한데, 소리를 내는 방법은 세밀하죠"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연주를 하고 있다. 2018.03.1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연주를 하고 있다. 2018.03.13. [email protected]
색소폰 연주가 클래식음악과 재즈에서 다른 부분은 무엇일까? "리드가 달라요. 클래식음악에서는 작고 딱딱한 것을 사용하지만, 재즈에서는 크고 말랑말랑한 것을 사용하죠. 재즈가 우렁찬 소리를 낸다고 한다면 클래식은 보다 순수한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죠."

파테예바의 이번 방한은 세 번째. 앞서 2010년 개인적으로 여행을 왔고, 약 3년 전 색소폰 앙상블 '알리아쥬 퀸텟'으로 다시 찾았다. 이 퀸텟은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에 마이어의 음반 녹음에 참여하기도 했다. 10대 독일에서 공부할 당시 자신을 양녀로 삼은 선생의 아내가 한국사람이었다는 그녀는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 가게에 가서 메론맛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파테야바는 오는 15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클래식 나우!' 시리즈를 통해 단독으로는 한국 청중과 처음으로 만난다. 1부에서 에코 클래식 어워즈 수상 앨범에 수록된 드크뤽 소나타, 올브라이트 소나타를 비롯해 쾨클랭 에튀드 제2번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거슈윈 3개의 전주곡, 무친스키 소나타에 이어 프랑수와 본의 카르멘 환상곡을 색소폰 연주로 선보인다.
 
그녀는 이번에 가장 주목할 만한 곡으로 올브라이트 소나타를 꼽았다. "총 4악장의 곡인데, 바흐 느낌이 나는 1악장부터, 재즈 풍의 4악장까지 끝에서 끝으로 치닫는 구성이 일품"이라고 귀띔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3. [email protected]
색소폰을 개발한 삭스는 어렸을 때 '저주 받은 아이'로 통했다. 목숨을 잃을 뻔한 고비가 셀 수도 없었다. 색소폰의 운명 역시 험난했다. 프랑스의 음악원에서는 클래스를 열었다가 학생이 없어 폐강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살아남아 그 매혹적인 소리로 수많은 사람에게 음악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행운을 안겨주고 있다.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어려운 운명을 타고 난 악기인 건 맞아요. 하지만 저에게는 행운만을 가져다 준 악기입니다. 어떤 나라, 어떤 장소에서든 어려움을 안긴 적이 없어요.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죠." 파테야바는 색소폰처럼 시들지 않을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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