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봄 햇살속 읽기 좋은책

기사등록 2018/03/23 12:01:55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꽃샘추위도 봄바람에 졌다. 영상 10도를 웃돌면서 동장군도 이제 이별할 시간을 체감한듯 누그러졌다. 환해진 햇살, 따뜻한 날씨가 자꾸만 밖으로 유혹한다. '혼족'인 시대, 포근해진 봄날은 혼자라도 더 좋다. 가벼워진 옷차림 책 한권 손에 들고 나가보면 어떨까. 봄볕이 내리쬐는 창가, 사람들이 오고가는 테라스에서 '그림'이 되어 '봄맞이 사치'를 누려보자.

▲'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뤼후이, 밝은세상)

중국 에세이스트 뤼후이 최신작이다. 출간하는 책마다 판매 부수 100만을 넘겨 '백만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리는 그녀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까칠한 세상에서 미약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언제나 '나'로 존재하기 위해 꼭 챙겨야 할 건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숨어 있던 희망을 찾아주는 글을 읽다 보면 "세상이 몰래 널 사랑하고 있어"라는 말을 조금씩 믿게 된다. 애정 가득한 문장들이 마음속 상념과 괴로움을 가져가고 후련한 긍정을 남겨준다.

▲'내가 소홀했던 것들'(흔글, 알에이치코리아)

자신의 글은 특별하지 않다며 '흔글'이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의 신작이다. 고단한 현실에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끔 하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 행복 합시다. 내일은 멀어요." "잃어버리기 전에는 모른다. 그것이 나에게 소중했다는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알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늘 소중한 것을 놓친 뒤에야 후회하는 것은, 어쩌면 앞을 향해 달려가느라 뒤를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모른다"며 현재에 충실하게 머무르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아르카디아'(로런 그로프, 문학동네)

미국 소설가 로런 그로프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아르카디아'는 고대 그리스 펠레폰네소스반도의 한 지역으로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숲의 신, 나무의 요정, 자연의 정령 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목가적 이상향을 말한다.

'아르카디아'를 중심으로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비트라는 남자의 50여 년간의 삶을 따라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자연 풍광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세상의 밝은 빛과 짙은 어둠을 깊숙이 끌어안은 한 남자의 맑고 진실한 목소리가 그려진다.

▲'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요적, 마음의숲)

"나는 별로 상관없다고 봐. 네가 살면서 찾은 답이 그들의 답이 될 수 없다는 건 다들 아니까. 이런 생각도 하면서 들어보고 스스로의 답을 찾으러 가겠지."

동물로 표현된 현대인의 모습을 돌아보고, 그곳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우리'를 닮았다. 펭귄이 만난 동물과 그들이 나눈 대화를 통해 이 시대가 앓고 있는 고민과 잊고 지낸 삶의 의미에 대해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관문을 통과하듯 각 나이마다 주어지는 대입, 취업, 결혼, 출산과 같은 청년들의 고민이 담겼다. 남들처럼 사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남들처럼 살지 않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위로를 안긴다.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김재식, 쌤앤파커스)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의 저자 김재식이 3년 만에 펴낸 책이다. 사랑을 둘러싼 복잡미묘한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찬찬히 일깨워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짚어냈다. 새로운 연인에게 온전히 마음을 쏟지 못하는 여자, 헤어진 연인을 가슴에 품고 사는 남자, 우연히 길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까지 잔잔한 이야기가 담긴 긴 글과 짤막한 글귀가 함께 어우러져 애틋한 감성과 깊이를 더한다.

▲'탐험과 소년과 계절의 서'(안웅선, 민음사)

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안웅선 시인의 첫 시집이다. 종교와 세속, 삶과 죽음을 섬세한 감각으로 탐구했다.

상처 입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상처 입는 일에 민감하다. 안웅선의 화자들은 언제고 상처를 입었던 듯하다. 세계에 의해, 무수한 타인들에 의해, 스스로에 의해 따돌림당하고 약해진 소년 화자는 상처의 흔적을 안고 탐험을 떠난다.

종교와 세속, 삶과 죽음처럼 서로 등을 맞댄 채 떨어지지 않는 세계의 아이러니는 인간이 지닌 욕망의 아이러니와도 닮아 있다. 바빴던 일상을 뒤로 하고 삶을 찬찬히 음미해볼 수 있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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