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디지털화폐 발행, 기존 법과 상충될 소지…아직 계획 없다"

기사등록 2018/04/16 15:39:51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과 관련, 기존의 법률과 제도에 정면으로 상충될 위험성이 적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박선종 숭실대 교수와 김용재 고려대 교수, 오석은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과장 등이 발간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법상 CBDC를 발행할 때 '직접유통'은 사실상 금지돼 있다.

한은법 제79조는 금융기관 외의 법인이나 개인과의 예금·대출 등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은행 등 금융중개기관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한은이 CBDC를 발행하더라도 반드시 은행 등 금융중개기관을 거쳐야 하는 '간접유통' 방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간접유통을 하게 되면 직접유통에 비해 발행의 효율성을 낮출 소지가 있다.

직접유통을 하려면 이 한은법 제79조를 개정해야 한다. 다만 법을 바꿔 직접유통을 하더라도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수의 개인계좌를 별도로 개설하고 유지 및 관리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시스템 한 곳에서 모든 계좌를 관리하게 되면 해킹의 위험부담도 생긴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이러한 비용부담과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디지털화폐를 직접유통 시켜야 할 실익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재산권과 관련한 문제도 있다.

CBDC 발행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가능하게 해준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시행하면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위축된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다는 건 법인이나 개인이 디지털화폐를 한은에 보관하는 대가로 보관료를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보고서는 한은이 독점적으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고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경우, 재산권자의 동의가 없는 때에는 재산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한은법 등에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을 근본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형식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CBDC를 발행하는 데 있어서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은이 발행하는 CBDC는 비트코인과 같은 P2P(개인간) 방식을 공개형 블록체인을 통해 전면적으로 도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물가안정과 시장기능의 중시 등 중앙은행의 특성상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민간 업자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면적인 P2P방식은 기존의 은행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므로 보다 절충된 형태의 폐쇄형 블록체인 방식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경우 비용 대비 효용 측면에서 효과에 의문이 생긴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탈중개화'를 통한 비용절감인데, 여전히 기존 은행업을 그대로 둔 형태인 탓이다.

한편 이 보고서는 최근의 논의에 맞춰 국내에서도 CBDC가 발행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발행시 고려해야할 법률적 쟁점사항과 발행 모형 등을 연구한 결과다.

모형 분석결과, 만약 CBDC가 발행되는 경우 한은은 CBDC에 지급되는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단기명목금리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와 관련 혹시 한은이 CBDC를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며 "가까운 장래에 일반국민들이 사용하는 CBDC를 발행할 게획은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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