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6] 北 비핵화 합의, 진짜 고비는 '검증'

기사등록 2018/04/21 09:19:00

제1차 북핵위기, 北보고서-IAEA 추정치 '불일치' 촉발

6자회담 9·19공동성명, 액션플랜無 검증 문제로 교착

IAEA, 北 핵시설 검증 언제든지 가능토록 준비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29일 새벽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밝혔다.  2017.11.30.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29일 새벽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밝혔다.  2017.11.30.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남북 정상회담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히며 '비핵화' 협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제네바합의와 9·19공동성명 등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는 수차례 있었지만, 매번 '검증'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합의는 퇴색됐다.

  제1차 북핵위기는 검증 과정에서 시작됐다. 북한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면안전조치협정(CSA)에 서명하고 그해 5월 핵시설에 대한 15페이지 분량의 최초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북한은 보고서를 통해 90g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신고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IAEA 측은 분석 결과 북한이 148g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대한 불일치'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듬해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한반도 정세를 급격하게 경색됐다.

  북한과 미국은 1994년 10월 제네바에서 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과 원자로 등을 동결하기로 했다. 또한 NPT에 잔류하고 IAEA 사찰을 받기로 했다. 미국은 경수로 건설, 중유 50만t 제공, 북미관계 개선 등을 약속했다. 이 합의로 첫 번째 북핵위기가 일단락됐다.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10년이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북핵위기가 찾아왔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원심분리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알루미늄관 등의 자재를 확보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 행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제네바합의는 사실상 파기됐고, 그렇게 제2차 북핵위기가 시작됐다.

  북한은 2003년 1월 또다시 NPT 탈퇴를 선언했다. 그해 8월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 1차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2005년 9월19일에 이른바 9·19공동성명이 채택됐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와 IAEA에 복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리고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하에 단계적 이행 로드맵을 그렸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단계별 이행 시점을 정하지 않으면서 동력을 잃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가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사태 등 변수가 발생하면서 장기 교착상태에 빠졌다.

  2007년 2월 9·19공동성명 채택 1년6개월 만에 이행을 위한 첫 후속 합의가 채택됐다. 북한의 핵시설을 동결·봉인하고 그 대가로 중유 5만t을 제공하기로 했다. 2008년 6월 북한은 신고서를 제출하고 냉각탑 파괴 장면을 공개했다. 그러나 검증 수위를 놓고 미국 측이 '강제사찰'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특별사찰'로 합의했으나,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연계해 '원유 제공' 이행을 거부하는 등 여러 난관에 봉착한 끝에 6자회담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2012년 북미 양국이 2·29합의를 도출하기도 했으나, 북한이 그해 4월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합의 이행이 무산됐다.

  북한의 '비핵화 합의'에 진정성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준비하고 있는 '톱다운' 방식의 합의가 얼마나 이행 동력을 확보할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영변 핵시설에는 390개가량의 시설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의 IAEA 북한 핵시설 사찰은 '핵비보유국'을 전제로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IAEA가 '미신고 핵활동'에 대한 사찰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IAEA는 북한이 사찰단을 추방한 이후에도 북한 핵시설 사찰 복귀에 대비한 훈련과 교육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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