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 잊어주세요'···역대 월드컵 한국 대표팀 흑역사

기사등록 2018/05/16 14:41:47

하석주, '왼발의 달인'의 퇴장
하석주, '왼발의 달인'의 퇴장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환희와 영광의 순간도 선사했지만, 아픈 기억을 더 많이 남긴 것이 사실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월드컵의 순간들을 대한축구협회가 돌아봤다.

월드컵 데뷔전인 1954년 스위스 대회 헝가리전에서 한국은 0-9라는 참패를 당한다. 9골차 패배는 1974년 월드컵에서 아프리카의 자이르가 유고에 0-9로 패하고, 1982년 대회에서 엘살바도르가 헝가리에 1-10으로 대패한 것과 함께 최다골차 패배 공동 1위에 올라있다.

한국은 1954년 대회 2차전에서도 터키에 0-7로 졌다. 단일 대회에서 한 팀이 16골을 실점한 것은 최다 기록이다. 월드컵 전체 역사를 통틀어 최단 시간 실점의 불명예도 갖고 있다. 터키와의 2002년 한일월드컵 3~4위전에서 전반 시작 11초만에 하칸 수쿠르에게 골을 허용했다. 홍명보의 치명적인 실수 탓이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총 67골을 실점했는데 이 중에는 2골의 자책골로 포함됐다.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탈리아전(2-3패)에서 조광래가 한국 선수 첫 자책골을 기록했다. 2010년 남아공 대회 아르헨티나전(1-4)에서는 박주영이 공을 우리 골문을 차넣었다.

31경기를 치르는 동안 퇴장은 두 번 당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우루과이전에서 윤덕여(현 여자대표팀 감독)가 첫 번째 퇴장의 장본인이 됐다. 윤덕여는 후반 0-0으로 맞선 상황에서 골킥을 빨리 차지 않았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1998년 프랑스 대회 멕시코전 하석주(현 아주대 감독)의 퇴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선제골을 넣고 불과 3분 뒤인 전반 30분, 상대 뒤쪽에서 시도한 태클로 곧바로 빨간 카드를 받았다. 1-3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하석주는 오랫동안 비난에 시달렸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만큼 부진한 경기와 패배에 따른 후폭풍도 거셌다. 1986년 대회에서 마라도나를 막는 허정무의 육탄 수비가 외신 사진을 통해 전해지면서 ‘태권도 축구’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1990년 대회에서는 연패를 당하고 있던 대표팀이 수영장에서 한가로이 쉬는 모습이 뉴스로 전해져 팬들의 분노를 샀다. 사실 그 장면은 긴장을 풀고 재충전하는 영상을 담기 위해 방송사가 선수들에게 연출을 간청한 것이었다.

1994년 미국 대회 때는 볼리비아전에서 여러 찬스를 허공으로 날린 황선홍이 순식간에 ‘국민 역적’이 됐다. 1998년 대회 네덜란드전 0-5 패배 이후 벌어진 차범근 감독 중도경질도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오범석과 염기훈은 2010년 대회를 통해 ‘오염 형제’라는 오명을 얻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박주영이 부진한 플레이로 댓글 공격의 표적이 됐다.

악성 루머로 인한 혼란도 발생했다. 2002년 대회 준결승에서 독일에 패한 다음날 ‘독일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해 한국이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흥분한 국민들의 문의전화가 월드컵조직위와 대한축구협회로 빗발쳤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 애매한 심판 판정으로 스위스에 패한 뒤에는 ‘100만명 이상이 FIFA에 청원하면 재경기를 한다’는 헛소문이 돌았다. 수십만의 한국 팬들이 FIFA 홈페이지를 동시에 클릭하는 바람에 FIFA가 한국IP의 접속을 차단하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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