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4세 구광모 승계 시나리오는…"어게인 1969"

기사등록 2018/05/23 10:24:08

구자경 명예회장 경영권 승계 받은 1969년과 비슷한 형태

구광모, 경영 전면 나서지만 당분간 6인 전문경영인이 뒷받침

총수 역할 맡은 구본준 부회장, 계열사 분리해 독립 가능성 제기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구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승계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구 상무로의 경영 승계는 구 회장 타계 사흘 전인 지난 17일에야 발표됐다. 차기 경영체제로의 이행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4세 승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재계 안팎에선 이번 승계 과정이 재임 중 타계한 구인회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은 구자경 명예회장 사례와 큰 틀에서 닮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인회 창업주는 1969년 12월31일 구본무 회장과 같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첫째 동생이자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고(故) 구철회 당시 락희화학(현 LG화학) 사장이 '장자 승계' 원칙을 밝히고 구자경 금성사(현 LG전자) 부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또 다른 창업멤버이자 셋째 동생인 구정회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조카인 구자경 회장을 도우며 경영수업을 받도록 했다. 이 같은 과도 체제가 1년간 이어졌다. 

재계와 LG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LG그룹을 이끌게 될 구광모 상무는 다음 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사내이사가 되면 경영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당장 ㈜LG의 회장이나 부회장으로 승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오너 일가의 승진이 상대적으로 더딘 편인데 구 상무가 경영수업을 받은 기간은 할아버지인 구자경 명예회장이나 구본무 회장과 비교해도 짧다.

구 상무는 올해 40세로 2006년에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해 실무 경력이 12년에 불과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1950년에 입사한 후 20년간 근무한 뒤 1970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본무 회장도 20년간 실무경험을 쌓고 50세이던 1995년에 회장직을 맡았다.

이에 따라 LG는 당분간 구 상무가 그룹의 신사업·투자를 맡고, 6인의 전문경영인이 주요 계열사를 책임지는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경 명예회장을 보좌한 구정회 사장의 역할을 가족이 아닌 그룹 내 전문경영인들이 맡게 되는 셈이다.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6명의 전문 경영인이 그를 보필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예상이다.

또 이 같은 체제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경영권 승계 때보다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구인회 창업주 별세 당시 이미 부사장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던 구자경 명예회장과 달리 구광모 상무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 총괄을 맡고 있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구철회 사장과 마찬가지로 LG가(家)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서서히 뒤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형제와 그의 아들들이 주요 계열사를 분리해 LS그룹이나 LIG그룹으로 나온 것처럼 LG그룹에서 독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다음 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건만 일단 예정돼 있다"며 "현재로서는 구 상무의 직위와 직책 등은 이후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별도의 승계 프로그램 대신 '현장중시'와 '다양한 실무 경험'이라는 승계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구 상무가 당분간은 그룹 내 전문경영인의 도움을 받아 경험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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