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깊은 현대차…구조개편 '보완' 단기간 결론 못낼 듯

기사등록 2018/05/23 11:06:46

모비스 분할합병안, 30개 시나리오 놓고 2년 검토

"전투아닌 전쟁에서 이겨야"…엘리엇 ISD도 장애물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2018.05.2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2년간 고심해 만들어 낸 지배구조개편이 1%대 지분을 가진 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에 의해 좌절되면서 그룹 안팎에 짙은 허탈감이 퍼져나가고 있다.

23일 업계와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과 대주주·계열사간 주식 양수도를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개편안을 마련하는데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일PwC 회계법인' 등과 소수의 그룹 관계자가 모여 태스크포스팀(TF)를 구성, 비밀을 유지하며 30여개의 시나리오를 검토해 모비스 분할·합병안을 도출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후 투자회사끼리 합병해 지주회사로 출범시켜 핵심 3자의 비용지출을 최소화하고 오너일가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이 가장 우세하게 거론됐지만 현대차는 주주일가가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내는 모비스(지배회사) 중심의 지배구조개편안을 택했다.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현대캐피탈·현대카드·HMC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해야 해 '할부 금융' 경쟁력을 잃게 되고, 미래모빌리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인수·합병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년 가까이 검토해 추진한 안이 좌절됐는데, 단기간에 다른 방안이 도출될 수 있겠느냐"며 "기존에 여러 시나리오들을 검토한만큼 지난번처럼 기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여러 목소리를 듣고 시장을 설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엘리엇에 이어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이 잇달아 반대권고를 하면서 그룹 내에서 회의적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가 순환출자 해소를 핵심과제로 제시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도 지배구조개편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놓은 만큼 9.8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찬성을 택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엘리엇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장애물로 작용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ISD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계약 해제를 결정한 배경에는 '총력을 다해 싸워서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하다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극심한 후폭풍을 겪은 삼성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투에서 이긴다고 해도 전쟁에서 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무리해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삼성그룹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대주주 지분요건을 상장사 기준 기존 30%에서 20% 낮추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입법이 완료된 것은 아닌 만큼 시간이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했을 때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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