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법정 작심발언 12분' 키워드는…억울·어머니·삼성

기사등록 2018/05/23 16:09:14

"억울" 거듭 언급…"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

어머니 이야기로 불우했던 어린 시절 부각

"나에게 삼성 뇌물 혐의는 충격이자 모욕"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2018.05.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2018.05.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23일 처음으로 법정에 선 이명박(77) 전 대통령 모두 진술의 골자는 '억울', '어머니', '삼성'으로 압축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차 공판에 나와 공소사실 등에 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 모두진술은 2시16분께 시작돼 28분께 끝났다. 당초 알려진 10분과 비슷한 길이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를 향해 "제가 미리 적어온 게 있다"며 스스로 마이크 높이를 조정한 후 모두진술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저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진술을 거부하라고도, 기소 후엔 재판도 거부하라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의 진술 증거를 모두 동의한 것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억울함'을 꺼냈다.

 그는 "수사기록 검토한 변호인들은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부동의하고 증인들을 재판에 출석시켜 진위를 다퉈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저와 밤낮 없이 일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함께 이끈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건 저 자신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면서 "변호인은 만류했지만 고심 끝에 증거를 다투지 말고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인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부각하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동시대를 살아온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저 역시 전쟁의 아픔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며 "학교에 가지 못하던 시대에 어머니는 저에게 늘 '지금은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 다음에 잘 되면 너처럼 어려운 아이들 도와야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이 전 대통령은 "평상을 하시며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 나는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서울시장 시절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을 위해 하이서울 장학금을 만든 것도 그런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23.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이 입에 올린 구체적 혐의는 핵심인 다스(Das) 관련이 아닌 삼성 뇌물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런 저에게 (이건희 회장) 사면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번째로 평창올림픽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후 이건희 회장 사면을 강력하게 요구받고 정치적인 위험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국익을 위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어 현대차 부품 사업에 참여했다. 성장 과정에서 소유 및 경영과 관련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맞나 의문이 있다"고 말해 '다스' 관련 혐의도 사실상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비자금 조성, 법인세 포탈, 직권남용, 뇌물수수, 대통령기록물 유출 등 총 16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조성한 비자금을 약 349억원, 축소 신고를 통한 법인세 포탈 액수 31억4500여만원, 삼성그룹 다스 소송비 대납 67억7000여만원·국정원 특활비 수수 7억원 등 뇌물수수액은 110억원대 규모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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