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한달②] 꼬여버린 종전선언···文, '남북미중 카드' 선회할까

기사등록 2018/07/12 08:01:00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추진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당초 의도한 것과 달리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북미 종전선언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윤활유 역할에서 벗어나 비핵화 협상 속 주요 카드로 부상하는 등 그 성격과 의미가 확대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두 정상이 오랜 적대관계를 종식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하기 위한 것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종전선언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상징적인 조치로 정치적 선언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초기 비핵화 협상의 유인책으로 기존의 남북 종전선언을 남북미 3자 종전선언으로 참여 대상의 폭을 넓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27일 이뤄진 '5·26 남북 정상회담' 결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3자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를 공식화 했다.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강조하는 북한에 대한 비핵화에 따른 초기 보상책의 일환으로 미국을 종전선언에 참여시키는 카드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대북 제재 해제 등 미 의회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장점과 동시에 북미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줄 수도 있는 '다목적 카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남북미 종전선언에 속도감 있는 추진을 기대케 했다.

 정전협정 65주년 기념일인 7월27일, 혹은 오는 9월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남북미 정상이 모여 종전선을 선언하는 시나리오 등이 다양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이행을 위한 후속 고위급 회담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7·27 종전선언'의 가능성이 낮아졌다. 남은 시나리오는 9월 뉴욕 유엔 총회 정도 하나만 남았다.

 북한은 북미 고위급 회담 직후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은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런저런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면서 미국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하루빨리 발표할 데 대한 문제로 말하면 조선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라며 "근 70년간 지속돼 온 조선반도의 전쟁상태를 종결짓는 역사적 과제로서 북남 사이의 판문점선언에도 명시된 문제"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종전선언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체제안정 보장 조치의 첫 단계로 종전선언을 북한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미국이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앞세워 핵시설의 검증과 사찰이 이뤄지기 전에 어떤 보상책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덩달아 종전선언 추진도 멈춰선 모양새다.

 게다가 종전선언 추진의 주도권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옮겨가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는 것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남북→남북미→남북미중으로 확대가 불가피해지면서 그만큼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 졌다는 것이다. 원활한 비핵화 협상을 위해 추진했던 3자 종전선언으로 인해 스텝이 꼬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북미 간 직접 협상 카드로 작용하면서 종전선언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문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는 입지가 줄어든 것도 고민의 지점이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주도권을 쥐고 있을 때 중국을 설득하기가 비교적으로 쉬웠다면, 미국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에서는 손을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종전선언의 추진 동력을 위해서 우리가 주도한 것을 계속해서 치고 나가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주도권을 미국에 뺏겼고, 미국이 전면에 나서게 된 이상 중국 입장에서는 종전선언 참여를 고집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남북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고, 남북미중 4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나아가 일본·러시아를 더한 북핵 6자회담국과 유엔이 평화협정을 보증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여의치 않으면 남북끼리라도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연내 종전선언 추진 목표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현지 언론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와의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며 "시기와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한,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며 현재 남북 및 북미간 추가적인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 대상을 북한과 미국으로 한정했다는 데에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가 여전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다만 북한과 미국의 반응에 따라서 중국을 포함시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청와대가 중국의 역할론을 조금씩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시선 안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비핵화를 안정적으로 완성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이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tbs라디오 '김어준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에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식으로 시작이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대변인은 이러한 분석에 대해 "종전선언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과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그 논의의 내용은 상당히 열려있는 상태다"고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의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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