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지지 韓보수세력, 북미회담으로 최대 재앙 맞아"

기사등록 2018/07/16 14:00:36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국당 등 정체성 위기 직면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한국의 보수정치 세력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줄을 섰다가 정치적 몰락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거나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 등 호전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시작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보수 세력들에게 “재앙(disaster)”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깊은 적대감과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의 보수 우익 정치 세력들이 어느 날 갑자기 북한 지도자를 칭찬하고 공개적으로 미군철수를 고려한다고 밝히는 미국 대통령의 등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노선과 반 자유주의노선에 동조하던 한국의 보수세력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대북 유화책으로 인해 ‘정체성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WP는 한국의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의 정치 노선이 이제 한국 일반 국민은 물론 미국 지도부와 유리돼 있으며 그에 따라 이 당의 진로 역시 불투명해 졌다고 전했다.

 WP는 “트럼프의 거친 대북 발언과 군국주의적 관점, 자유주의적 정치에 대한 경멸 등은 수십 년간 한국 우파를 지배한 사상과 잘 들어맞았다. 트럼프는 한국 보수세력의 협력자처럼 보였. 그러나 최근 반전이 벌어졌다. 트럼프를 좇던 보수세력이 미국과 북한의 긴장완화 국면으로 정체성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WP는 “트럼프는 취임 18개월 후 사면초가에 몰린 한국 보수세력의 재앙이 됐다”라고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화해정책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한국의 보수주의 쇠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2개만을 얻는 등 수치스러운 패배를 당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이런 상황에서 2020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하려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과의 대화를 지지하는 젊은 층으로 외연을 넓혀야 하지만 아직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좌파 정부를 도울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12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미북정상회담에 참 많은 기대를 해봤다. 정말로 북핵이 폐기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하던 북핵을 폐기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냐”라며 “합의문을 보니까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무슨 합의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변신에 대한 당혹감을 드러냈다.

 WP는 홍 대표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언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유명 일본 식당에서 열린 회의에서 빨간색 자켓과 셔츠를 입고 나타난 홍 대표 “트럼프는 외교를 비즈니스 거래와 비슷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밝혀졌다. 그는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비견될 정도의 거친 말투를 자랑하던 홍 대표가 이제 스스로 그런 모습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한국 보수 진영의 몰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정책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 부패로 인해 시작됐다는 사실을 짚었다.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몰락시킨 부패 스캔들이 한국 우파 몰락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WP는 2016년 11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에 불과했으며 이는 한국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가장 낮은 수치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보수주의자들의 분열을 초래했다.

 WP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출신의 정치인 이준석씨의 말을 인용해 “누군가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지하실로 내려가고 있었다”며 한국 보수 세력의 분열 상황을 전했다.

【인천공항=뉴시스】최동준 기자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8.07.11.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최동준 기자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8.07.11. [email protected]
WP는 그러나 한국의 보수 세력들이 박 대통령의 탄핵과 수감에 대한 항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이들 보수세력들은 집회 때마다 어김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박 전 대통령의 석방과 북한 타격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WP는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이후 보수세력들의 집회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에 놀랄만큼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서석구 변호사는 “우리 보수 세력은 독재자 김정은을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런 김정은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느냐”라고 반문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한국의 보수 정당이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젊은층의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여론 조사를 보면 젊은층은 문 대통령과 대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드러난 기무사의 계엄령 추진 사건도 보수 정당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층 인사들은 대북 대화가 곧 실패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한국당이 현재의 노선을 고수해야 지지층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더욱이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도 이 신문에 북한과의 대화가 실패하면 보수층의 행운이 되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한국에서 보수주의가 절대로 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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