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화학물질처리업체 관리·감독업무 지자체 이양 논란

기사등록 2018/08/17 06:30:00

최종수정 2018/08/21 23:36:25

【안동=뉴시스】류상현 기자 = 지난 7일 오후 6시28분쯤 경북 칠곡군 약목면의 에프원케미칼 공장에서 황색 가스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 2018.08.16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안동=뉴시스】류상현 기자 = 지난 7일 오후 6시28분쯤 경북 칠곡군 약목면의 에프원케미칼 공장에서 황색 가스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 2018.08.16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안동=뉴시스】류상현 기자 = 화학물질 처리업체들의 사고가 잦아지면서 이들 업체 관리·감독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사고 이후 2015년부터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시행되면서 이 업무는 지자체에서 지방환경청으로 넘어갔다.

그런데도 사고는 잇따라 터지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지방환경청 관리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고, 다시 지자체로 이양해야 앞으로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왜 화관법과 화평법 등 이관을 요구하고 있는 지, 또 지자체와 지방환경청, 전문가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잇따른 화학물질 유출 사고

지난 4월 13일 영주시 상줄동 가흥산업단지 SK머티리얼즈 공장에서 5t 탱크에 담긴 육불화텅스텐(WF6) 50㎏ 가운데 일부가 새 나와 주민들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소방차와 제독차량 등 장비 40여대와 소방관 등 인력 120여명을 투입, 방재 작업을 벌였다. 사고는 육불화텅스텐이 담긴 탱크에서 이어진 배관에서 발생했다.

3개월 남짓 지난 8월 7일에도 경북 칠곡군 약목면의 에프원케미칼이 폐산을 탱크에 주입하다 유독성 황색 가스를 유출시킨 사고가 났다. 작업자가 오랫동안 쓰지 않은 탱크가 낡아 밑부분이 갈라진 것을 모르고 폐산 2.3t 정도를 주입하면서 틈새로 폐산이 흘러나와 공기와 반응했던 것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에도 비슷한 사고를 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 1월 27일 전북 정읍 입암면의 한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유독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가 유출돼 인근 하천을 오염시켜 물고기떼가 폐사했고, 4월13일에는 인천의 이례화학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으며 지난 달 30일에는 OCI 군산공장에서 유독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유독물질 유출 사고는 하루가 멀다하고 빈발하고 있다.

◇ 관리·감독업무 이양 목소리 높이는 지자체

지역에서 이같은 유독물질 유출 사고가 나자 이들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현재 화학물질 처리업체의 관리·감독은 지방환경청 관리 아래 있다.

원래 이들 업체의 관리·감독 업무는 지자체에 있었다. 지난 2012년 구미시 ㈜휴브글로벌에서 불산가스가 유출돼 사망자 5명, 사상자 18명 등 23명의 인명 피해와 554억여 원의 재산 피해가 난 사고 이후 2015년 화학물질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지방환경청으로 이관됐다.

법이 개정되고 전문성을 갖췄다는 지방환경청이 관리·감독을 해도 이같은 사고가 잇따르자 전국의 지자체들은 관리·감독을 지자체가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유독물질 유출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소방차가 출동하고 바로 지자체 직원들이 현장으로 달려간다. 이후 상황파악에서부터 주민 대피 여부, 사고 처리, 사고후 조치 등 모든 과정을 지자체가 담당한다. 평소의 관리·감독이 지자체에 있으면 사고 예방은 물론 사고 후의 일 처리가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지자체 직원들은 현재 시스템에서 지방환경청과 지자체를 비교했을 때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처리업체와의 접근성이라고 말한다.

지난 7일 칠곡군에서 일어난 에프원케미칼 사고의 경우 칠곡군청에서 사고현장까지 직원들이 달려가는 데는 15분이 걸렸다. 이를 관리하는 대구지방환경청은 대구에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사고 때 현장으로 가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일이다. 구미에 있는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에 파견된 환경청 직원들도 구미 인근에만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을 뿐 동해안이나 경북 북부, 동남부 지역에 사고가 나면 아무런 역할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사고 후 처리 업무의 지자체 분담량이다. 사고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주민대피 여부 결정, 대비 문자 전송, 사고처리 확인, 사고 재발 예방 대책 수립 등 모든 과정을 지방환경청보다는 지자체가 담당한다. 그래서 지방환경청이 관여할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자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안동=뉴시스】류상현 기자 = 지난 7일 밤 유독가스 유출 사고가 난 에프원케미칼의 가스저장탱크 외부의 방류벽으로 유출된 폐산을 방역당국이 회수하고 있다. 2018.08.16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안동=뉴시스】류상현 기자 = 지난 7일 밤 유독가스 유출 사고가 난 에프원케미칼의 가스저장탱크 외부의 방류벽으로 유출된 폐산을 방역당국이 회수하고 있다. 2018.08.16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지자체들은 또 업무 효율성을 중요 이유로 꼽는다. 평소의 관리·감독을 지자체가 했더라면 사고 대응이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북도의 한 관계자는 "지방환경청은 지자체에다 관내 화학물질 처리업체의 취급업종과 위치 정도만 알려준다. 정작 중요한 업체 자체의 위해방지계획 등 고급 정보는 주지 않는다. 사고 대응이 늦을 수 밖에 없다. 이래 놓고 사고가 나면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대부분 지자체가 관리·감독 업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칠곡군 에프원케미칼 사고의 경우에도 두 달 전이 6월에 이와 비슷한 사고가 났으나 대구지방환경청은 당시 사고 직후 현장 점검 이외에는 추가로 설비 집중 점검 등을 하지 않아 유독물질 처리업체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칠곡군은 "환경당국의 보다 정밀한 안전점검을 촉구한다"며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비교가 되는 부분은 관리·감독 인원이다. 대구지방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의 담당 직원은 지방청 11명과 구미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파견 10명이 모두다.

처리업체 관리·감독 업무는 지방청에 있는 이들 '극소수'(11명)의 인원이 대구 669개, 경북 682개(6월 30일 기준) 등 모두 1351개를 담당한다. 1명당 123개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지자체는 도-시군-읍면동으로 이뤄지는 조직체계가 갖춰져 있고 읍면동 직원은 관내 주민 밥숫가락 숫자까지 알고 있다고 할 정도로 지역사정에 밝다. 이렇기 때문에 관리·감독도 쉽고 사고 대처도 지금보다 빨라지고 효율적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구미 불산사고 이후 관리 감독권이 지방환경청으로 이관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지방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국 담당자 회의때마다 이런 문제를 중앙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하지만 아직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업무를 다시 지자체로 이양할 경우 문제는 지자체 공무원의 인원 및 전문성 부족이다. 현재 상태로 이양하게 되면 지자체 공무원의 업무는 훨씬 늘어난다. 때문에 지자체는 '전문 인력 증원'이라는 조건이 이뤄지고 난 후 이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속적인 연수 등을 통해 현재 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이 분야 전문인력을 채용해 정원 자체를 늘여야 한다. 법부터 개정되고 현재의 지방환경청 직원과 앞으로 충원할 인원을 지자체로 넘기는 등의 파격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자체에 '화평법' 등이 정하는 전문적인 업무를 처리할 인력이 있느냐에는 대해서는 "현재의 화공직 공무원들로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일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연수나 교육을 받으면 된다. 지금 체제로는 지방환경청과 지자체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엄청나고 잘 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방환경청의 입장

이에 대해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현재의 인원으로는 업무를 감당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어느 시점에서는 지자체로 이양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자체로 넘어가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자리잡기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업무를 지방환경청이 담당해야 할 당위성에 대해서는 "말 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의견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누가 담당해도 결과는 똑같다"며 "국내에서 취급되는 화학물질이 4만 가지가 넘는다. 이들 물질 하나하나의 특성을 공무원들이 모두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또 처리장 내부의 복잡한 관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시설 등의 노후 등을 살피는 것은 업체의 관리자 외에는 불가능하다. 관리·감독을 누가 해야 하는 것보다 사고가 났을 경우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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