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커리 "타악기와 UFO, 예측불가 리듬 & 오묘한 신비"

기사등록 2018/08/17 06:58:00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스코틀랜드의 타악기 연주자 콜린 커리(42)가 서울시향과 9년 만에 협연한다. 30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영웅의 생애'에서 서울시향과 마이클 도허티의 '타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UFO'(1999)를 아시아 초연한다.
 
타악기는 오케스트라를 지탱하면서도 다른 악기에 비해 덜 조명돼 왔다. 하지만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독자성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멜로디나 화성이 아닌 음향과 음색을 중시하게 되면서 오케스트라에서 중요성이 부각됐다.

커리는 타악기를 주류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연주자다.

커리는 e-메일 인터뷰에서 "타악기는 본질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나 한번쯤 연주해보고 싶다고 느끼는 악기"라고 소개했다.

타악기 주자로는 이례적으로 10대 때 화려하게 클래식계에 데뷔한 커리는 미국의 재즈 드러머 버디 리치(1917∼1987)와 미국 스윙재즈의 황금시대를 이룬 베니 굿맨(1909~1896)과 함께 연주한 드러머 진 쿠르파(1909~1973)의 연주를 보고 자랐다.

커리는 "이 두 연주자들은 넓게 보아서 최초의 타악기 독주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들은 카리스마와 관객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겸비한 전설적인 음악가들"이라고 소개했다.

코리가 타악기의 매력과 위엄을 느낀 것은 그 후로 10대 때 클래식음악과 현대음악을 알게 되고 타악기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진 것을 깨닫게 되면서다.

"특히, 타악기 공연은 비주얼적인 면이 강하고 리드미컬하기 때문에 청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연주자에겐 큰 행운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타악기는 실험과 모험을 위해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고 대담한 타악주자"(스펙테이터)로 통하는 커리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곡을 활발히 연주하면서 세계 주요 교향악단, 지휘자와 협연하고 있다. 스티브 라이시, 엘리엇 카터, 칼 그루버, 제임스 맥밀런, 아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 제니퍼 히그던, 칼레비 아호, 롤프 발린, 마크 앤서니 터니지와 같은 동시대 작곡가들의 곡을 초연했다. 앤디 아키호, 헬렌 그림과 사이먼 홀트의 신작을 초연할 예정이다.

신작 위촉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 기악 연주자상을 받았다. 2000년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 영 아티스트 어워드, 2005년에는 보를레티 뷔토니 신탁 어워드를 수상했다.

"스트라빈스키, 슈토크하우젠, 불레즈, 메시앙 등 여러 주요 작곡가들 덕분에 20세기 들어 타악기의 영역에 놀랄만한 도약이 있었다. 이후에도 타악기는 새로운 음악에 영감을 주는 존재로 거듭났고 수많은 레퍼토리들이 탄생했다. 타악기 주자들 또한 이러한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움직여왔으며, 이제는 타악기를 위한 환경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타악기의 매력은 악기의 소재, 두드리는 방식 등에 따라 수천가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소리를 내는 타악기 연주자의 자격이 따로 있을까.

커리는 "시간(박자)에 대한 정확한 감각"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더 필요한 것은 소리와 방향성, 색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들은 특히 교향악단과 어우러져 협주곡을 연주할 때나 실내악 연주를 할 때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타악기는 조준점을 잘 맞춰야 가장 좋은 소리를 낸다. 커리는 "다른 연주자들과 마찬가지로 타악 주자들도 소리에 관한 강박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마림바와 같은 악기들을 연주할 때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신이 완벽주의자라면 연주가 잘 안 될 때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까지 괴로울 수 있을 거다. 나도 그럴 때마다 가족들과 매니저, 친구들과 동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커리는 새로운 곡을 연주한다는 기쁨에 들 떠 있다. '타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UFO'에는 대중음악의 아이콘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음악적으로 대담하고 화려한 스타일로 선보이는 도허티의 장기가 묻어 있다.

'UFO'에 대한 가설과 이에 열광하는 미국의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체 5개의 악장이다. 타악기 독주자가 10여종의 타악기를 쉴 새 없이 연주, UFO의 이미지를 관객에서 전달한다. 예측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리듬과 오묘하고 신비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커리는 "마이클 도허티의 'UFO'는 엉뚱하면서도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곡"이라면서 "이 곡은 UFO에 관해 전해지는 많은 이야기들과 사람들이 이에 대해 보여주는 기이한 집착을 다룬다"고 귀띔했다. "'UFO'와 관련한 '미국 대중문화'의 강력하고 유별나고 다이내믹함에 대한 인용으로 가득하다"며 즐거워했다.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는 이 작품의 진정 독특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은 불필요하게 진지하지 않고 관객들은 아이러니와 유머를 찾을 수 있을 거다."

커리는 2007년 5월 처음 내한했다. 아릴 레머라이트 지휘로 '베니, 베니 엠마누엘'을 연주했고, 2009년 성시연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제니퍼 히그던의 타악기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했다. 당시 넘치는 에너지와 경이로운 연주를 선보였다.  앞으로도 서울시향과 함께 연주하고 싶은 곡들이 많기만 하다.

"매년 와서 새로운 곡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에 줄리아 울프, 앤드루 노먼, 칼레비 아호가 작곡한 협주곡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 이 곡들을 서울에서 연주하면 좋을 것 같다. 더 많은 곡들을 연주하러 다시 오고 싶을 거다."

한편, 이날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 네덜란드 필하모닉과 네덜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마르크 알브레히트가 지휘봉을 든다. 서울시향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표 교향시 '영웅의 생애'도 연주한다.

커리는 9월2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실내악 시리즈 V: 타악의 향연'에서 서울시향 타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실내악 무대도 꾸민다. 스티브 라이시의 '드러밍' 중 파트 1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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