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상 '표류' 장기화…어민들 "독자 협상 나설 판"

기사등록 2018/08/17 06:00:00

日 '어깃장'…"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 맞물려"

김영춘 장관, '중대 결단' 한다더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25일 오전 부산 서구 남항 서방파제에서 초출어식을 가진 대형선망 어선들이 만선의 꿈을 안고 일제히 출항하고 있다.  대형선망어업은 국민 생선인 고등어를 어획하는 전통어업으로, 부산지역 대형선망어선 140여 척은 매년 한달 간의 자율 휴어기를 가진 뒤 제주도 연근해와 서해로 출항해 연중 조업을 펼친다. 2016.05.25.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25일 오전 부산 서구 남항 서방파제에서 초출어식을 가진 대형선망 어선들이 만선의 꿈을 안고 일제히 출항하고 있다.  대형선망어업은 국민 생선인 고등어를 어획하는 전통어업으로, 부산지역 대형선망어선 140여 척은 매년 한달 간의 자율 휴어기를 가진 뒤 제주도 연근해와 서해로 출항해 연중 조업을 펼친다. 2016.05.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한일어업협상이 양국 간 이견으로 한일어업공동위원회조차 열리지 못하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일어업협정 결렬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어민뿐 아니라 수산물 유통업체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장관 김영춘) 지난 16일 2018년 어기(2018년 7월~2019년 6월) 한일어업협상 타결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일본 측과 6차례 협의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8월 초까지 개최키로 예정된 '한일 어업공동위원회'가 개최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과장급 1회(4월) ▲국장급 3회(5∼6월) ▲실장급 1회·차관급 1회(6월) 등 총 6차례에 걸쳐 일본 측과 협의 했지만,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2015년 어기 협상 당시 한일 양측은 2019년까지 우리 연승어선의 입어허가 척수를 40척 줄이고, 일본은 선망어선(30척)과 채낚기어선(10척)을 40척 줄여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우리 연승어선의 불법 어업 문제를 제기하며, 대폭적인 입어규모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측은 갈치 잡이 어선 200척 가운데 130척을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 측은 불법 어업 근절을 위해 향후 불법 어선의 일본 EEZ 입어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동해중간수역의 대게 어장에서 양국 어업인 간의 원활한 조업을 위한 어장의 교대이용에 관한 협의(교대조업 협의) 역시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과거부터 양국 어업인은 동해중간수역에서 대게 조업을 위해 자율적으로 일정한 수역과 기간을 합의해 어장을 교대로 이용해왔다. 일본 어업인들의 교대조업 수역 및 기간의 대폭적인 확대 요구 등으로 인해 2012년부터는 교대조업이 중단된 바 있다. 교대조업 협의는 2015년부터 재개됐다. 민간단체인 한국수산회에서 주관해 일본 측과 협의해왔다.

 한일 양국은 배타적 경제수역(EZZ)이 서로 겹쳐 해마다 상대국 수역에서 조업할 수 있는 어선 수와 어획 할당량 등을 협의했다. 지난 2015년 어기가 종료된 이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3년째 상호 조업이 중단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EZ에서 조업하는 대형선망업계는 '줄도산 위기'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일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과 대형선망수산업 협동조합 등은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어업협정 체결 지연 등으로 선망업계가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지난 3월 한 업체의 부도를 시작으로 두 업체가 잇따라 매각되거나 법정 관리를 진행 중에 있는 등 부산수산업계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 2016년 6월 30일부터 2년째 한일어업협상을 타결 짓지 못하면서 어업인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한일어업협정의 조속한 타결은 물론 협정 타결 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상할 현행 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휴어' 업종에 대한 정책지원, 어선 감척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존폐기로에 놓인 대형선망수협이 일본어민단체 측과 독자협상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어민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어민들은 비용 부담과 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본 수역 대신 10배 먼 동중국해로 조업에 나서고 있다.

 갈치 잡이 어선 선주 김모씨는 "동중국해까지 가는 비용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파도가 워낙 심해 사고 위험도 적지 않다"며 "하루빨리 한일어업협정이 결실을 맺길 바랄뿐"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18.07.2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18.07.24. [email protected]

 하지만 해수부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한일어업협정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와 맞물려 있어 섣부를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대체 어장도 없는 상태에서 자칫 '협상만을 위한 협상'에만 매달릴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지난 4월 표류 중인 한일어업협정 협상과 관련,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그 결단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일어업협정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1심 패소한 우리 정부가 상소한 상태다. 최종 판결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이 갈치 잡이 어선 200척 가운데 130척을 줄여달라는 요구하는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 조건"이라며 "기존 협상안에서 양보할 수 있는 범위까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울 것 없는 일본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며 "어민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호들갑 떨기보다 우리 협상안을 가지고 협상에 나서고,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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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어업협상 '표류' 장기화…어민들 "독자 협상 나설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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