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EU, 제노바 교량 붕괴 책임공방 가열

기사등록 2018/08/17 08:55:59

살비니 내무 "EU 정부지출 제약 규정이 붕괴 원인"

EU "이탈리아의 인프라 투자 승인했다"

【 제노바=AP/뉴시스】이탈리아 제노바 다리 붕괴 현장에서 14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8.08.15
【 제노바=AP/뉴시스】이탈리아 제노바 다리 붕괴 현장에서 14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8.08.15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이탈리아 북부 제노바의 고속도로 교량 '모란디’ 붕괴를 두고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연합(EU) 간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이 EU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다.

 1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몇 가지 사항을 분명히 해야겠다"며 "EU 회원국은 인프라 개발 및 유지,관리와 같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EU는 그간 이탈리아 정부에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를 장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탈리아는 2014년부터 2020년에 이르는 EU 예산 중 도로 및 철도 투자를 위해 EU 예산 25억유로(약 3조2179억7500만원)를 받기로 했다"며 "위원회는 최근 85억유로 상당의 이탈리아 고속도로 투자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EU회의주의자인 살비니 장관은 전날 "EU의 정부지출 규정이 교량 붕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의 제약으로 우리가 안전한 도로와 학교를 가질 수 없다면 그 규칙을 따르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생명과 직업, 건강을 위한 지출은 엄격한 단속 및 유럽이 부과한 규칙의 일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살비니 장관은 이튿날인 16일에도 "이탈리아는 EU의 어리석은 제한 없이 공공자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그러나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에 인프라를 포함한 여러 시설에 지출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고 항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 사이 이탈리아의 도로 건설 및 유지 비용이 62%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귄터 외팅어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이에 "끔찍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비난할 누군가를 찾는 것은 매우 인간적인 일이지만 사실을 직시하는 편이 좋다"고 지적했다.

 유럽개혁센터의 EU·이탈리아 관계 전문가 루이지 스카치에리는 "살비니의 발언은 모든 종류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그러나 내핍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국민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살비니는 이탈리아 국민의 공감대를 건드릴 광범위한 정치적 논쟁의 장을 만들고 있다"며 "틀린 주장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2010년 이후 많은 분야에서 정부지출이 삭감되는 것을 목격했고 이것이 EU의 제약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비니는 이번 사건으로 (연정을 구성하는 오성운동에 비해)정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정 교량의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을 무시하고 인프라 투자 계획에 꾸준히 반대한 오성운동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10월 EU 집행위원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EU의 부채규정에 대한 유연성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달리 이탈리아는 경제위기 이후 GDP의 132%에 이르는 공공부채를 기록하고 있다.

 스카치에리는 "이탈리아 내부 정치상황에서 필요한 대결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정오께 제노바에 위치한 모란디 교량의 80m 구간이 무너지면서 그 위를 달리던 차량이 대거 45m 아래로 추락해 최소 39명이 사망했다.

 모란디 교량은 프랑스로 가는 A10고속도로와 이탈리아 밀란으로 향하는 A7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다리다. 1967년 건설된 이 다리는 약 1km 길이로 지난 2016년 보수 작업을 거쳤다.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지적이 확산하면서 모란디 교량이 있는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민영 기업 '아우토스트라테 페르 이탈리아’의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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