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돈 때문에' 동료 살해 후 시신 소각한 미화원…'무기징역'

기사등록 2018/08/17 15:43:14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21일 경찰이 전북 전주에서 동료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이모(50)씨에 대한 현장 검증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씨가 동료를 살해한 뒤 쓰레기 더미에 유기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2018.03.21 kir1231@newsis.com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21일 경찰이 전북 전주에서 동료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이모(50)씨에 대한 현장 검증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씨가 동료를 살해한 뒤 쓰레기 더미에 유기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2018.03.21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빌린 '1억5000만원' 때문에 동료를 살해한 뒤 시신을 소각한 환경미화원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49)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은 재물이라는 부차적인 이익을 위해 대체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죄로써 그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의 중대함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사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귀중한 생명을 빼앗은 범행을 뉘우치거나 후회하는 모습을 피고인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순간 아버지를 잃고 그 사체마저 소각돼 합당한 장례도 치루지 못한 유족들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7시께 전북 전주시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A(58)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대형 쓰레기봉투에 담아 평소에 수거하는 쓰레기장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튿날 오전 6시 10분께 직접 A씨의 시신을 쓰레기 차량으로 수거한 뒤, 소각장에서 불태웠다.

 이씨의 이 같은 끔찍한 범행은 모두 '돈' 때문에 비롯됐다.

 2015년부터 사채빚이 6억원에 달하는 등 급여의 절반이 사채 이자 등의 변제로 사용돼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이씨는 매월 200만원씩 돈을 갚기로 하고 A씨로부터 1억5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씨는 2016년 9월부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했고, 되려 추가로 돈을 빌리면서 A씨와 대출 원리금 변제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범행 당일도 대출 원리금 변제 전날이었다.

 그럼에도 이씨는 수사기관에서 "A씨가 내 가발을 잡아당기려고 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A씨의 얼굴을 쳤고, 몸싸움으로 번졌다"면서 "겁을 주려고 A씨의 목을 졸랐을 뿐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다. 돈 때문은 아니었다"라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A씨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한 이후 원리금을 갚기는커녕 추가로 돈을 빌리기만 하고, 대출원리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평소 돈관리를 철저히 하는 성격의 피해자가 이씨에게 채무변제를 독촉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다가 급기야 싸움을 하게 된 것으로 봤다.

 특히 이씨가 채무 추급을 면하고 A씨가 소지하고 있던 신용카드 등을 강취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20일 오전 전북 전주에서 동료를 살해하고 쓰레기소각장에 유기한 환경미화원 이모(50)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전주완산경찰서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두 눈을 질끈 감은 모습이다. 2018.03.20kir1231@newsis.com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20일 오전 전북 전주에서 동료를 살해하고 쓰레기소각장에 유기한 환경미화원 이모(50)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전주완산경찰서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두 눈을 질끈 감은 모습이다. [email protected]
실제 이씨는 피해자가 평소 배낭에 통장과 카드를 모두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에도 피해자는 배낭을 갖고 있었다.
 
 그는 범행 직후 A씨의 통장과 카드를 사용했고 대출까지 받았다. 이씨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한 금액만 1억6000만원에 달했다.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모두 이혼한 뒤 혼자 산다는 점과 대인관계가 좁은 점 등 공통점이 많으면서 친하게 지내왔다.  

 이 같은 상황은 이씨가 범행을 숨기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A씨가 허리디스크에 걸린 것처럼 위조된 진단서와 휴직계를 작성해 관할 구청에 제출하고, A씨의 딸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등 치밀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이씨의 범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A씨 아버지가 지난해 11월 "아들과 연락에 닿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가출사건으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A씨의 카드를 이씨가 사용한 점,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잠적한 점 등을 감안해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4개월 동안의 끈질긴 추적 끝에 이씨를 검거, 사건 전말을 밝혀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겁을 주려고 A씨의 목을 졸랐을 뿐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다"고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가 금전적 갈등으로 인해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강도살인과 사기, 사체은닉 등 총 8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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