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도, 사법부도 유죄!" 참다못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

기사등록 2018/08/18 19:35:14

최종수정 2018/08/19 08:54:02

성별·연령대 다양하게 참석…"미투 위축 가능성 우려"

미투사건 첫 판결…"재판, 남성적 시각·결과 납득 못해"

"피해자에 책임 전가, 권력형 성폭력 폭로 위축 우려"

"화가 났고 분노했다…사법당국, 여성의 말 믿어줬으면"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양소리 윤슬기 기자 = 주말 서울 도심에서 '성(性) 편파 수사·판결'을 규탄하는 취지로 열린 집회 참석자들은 대체로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폭로한 선례가 잘못 쓰일까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입을 모았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 주최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 참석자들은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로 구성됐다.

 참석자 다수는 지난 14일 수행비서였던 김지은(33)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이후 미투 운동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다.

 먼저 젊은 여성층에서는 김씨를 피해자로 상정하면서 그의 마음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다수 보였다.

 집회 참석자인 대학생 조모(22·여)씨는 "안 전 지사 판결이 무죄가 나왔는데, 재판부와 사회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라며 "잘못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사회여서는 불합리하지 않겠나. 이를 표현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정모(24·여)씨도 "과거 성범죄 피해를 입었던 경험이 있다. 이번 안 전 지사 판결을 보고 화가 나서 집회에 나왔다"라며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였음에도 손가락질을 받았었다.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도 힘든 일이었다. 김지은씨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사법당국이 여성의 말을 믿어주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email protected]
집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김진희(22·여)씨도 "무죄 판결에 화가 났고 분노했다.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미투에 나섰을 때,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 아니겠나"라며 "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힘을 보태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장년에 가까운 여성들의 경우에는 이번 재판이 남성 중심적으로 해석된 것 같다는 점을, 남성들은 결과가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집회에 참석한 주된 이유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모(36·여)씨는 "경찰이 편파수사를 하고 사법부에서도 편파적으로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납득할 수 없는 수사와 재판에 항의하기 위한 차원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두 아이와 함께 집회에 나온 왕모(41·여)씨도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을 보고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집회에 나오게 됐다"라며 "성적자기결정권을 남성 입장에서 해석한 것에 분노한다. 여성들이 성폭력에 대해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됐는데 피해자다움을 말하면서 미투를 가로막은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윤모(55·여)씨도 "항의의 표시를 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라며 "재판을 직접 방청한 이후 성폭행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재판 결과가 무죄라고 나온 것을 보고 이것은 아니지 않나 싶었다"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email protected]
박도현(36)씨는 "판결 자체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부가 판결을 내린 이유도 모순됐다고 본다"라며 "이번 재판이 앞으로 권력형 성폭력 재판의 판례가 될 텐데 그 무게에 비해 판결이 너무 부조리 하단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2학년 유모(18)군은 "뉴스를 보고나서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사법 권력이 누군가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라며 "좀 더 많은 남성들이 집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집회 중간 참석한 고등학교 3학년 김모(19)군은 "나도 남자지만 안희정 판결은 잘못됐다"라며 "집에 가서 공부하기 보다는 이거 참여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2심에도 무죄로 나오면 다시 나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집회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연사 발언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오후 6시10분께부터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사법부를 규탄하는 구호 등을 외치면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행진 복귀 이후 현수막 찢기 행사와 공연 등을 하고 8시30분까지 자유발언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18.  20h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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