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45) 감독은 영화 '협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추석 시즌 한국 영화 중 유일한 현대물이자 범죄 스릴러물이다. 국내 최초로 '협상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협상가'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에게 낯설다"며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위기협상팀을 비롯해 실제 협상가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협상가가 많이 가는 곳은 옥상이다. 인질범과 같은 편에 서서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다. 인질범과 3~4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했는데,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을 그만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 협상가는 굉장히 힘든 직업인 것 같다. "
협상가와 인질범의 극한 대립이 관극 포인트다. 날 것의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 '2원 생중계' 촬영 방식을 택했다.
주연배우 현빈(36)·손예진(36)은 모니터 너머로 연기 합을 맞췄다. "다들 이런 촬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난감해했다"며 "일단 배우들이 연기를 길게 해야 했다. 연극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어느 카메라를 봐야 하는지 헷갈렸지만, 나중에는 카메라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했다. 그게 굉장히 좋았다"고 돌아봤다.
또 이 감독은 "협상하면 보통 비즈니스를 생각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보면 모든 것이 다 협상"이라고 짚었다.
"어떤 일을 안 한다고 했던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도 협상의 기술이다. 영화 속에서 채윤이 일반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태구의 마음에 다가가려고 한다. 나중에 태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사람의 진심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타인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담긴 작품이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던 그는 미국 UC버클리 영화학과를 나온 뒤 '꿈의 공장'으로 불리는 할리우드에서 일했다. '국제시장' 조감독을 거쳐 영화 '히말라야'(2015) 각색에 참여했으며 이번에 첫 작품을 내놓았다.
"어렸을 때 만화를 좋아했다. 현실 외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 시절 영화를 하는 선배가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지지 않는다. '영화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람들을 담는 작업'이라고 했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대단히 예술적인 영화를 만들기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으로 이 세계에 뛰어들었다."
윤 감독에 관해서는 "'국제시장'을 통해 스케일이 큰 영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좋은 스승이자 동료다. 이번 작품에도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감사하다"고 치켜세웠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 묻자 "대중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영화,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나 우리나라 최초 여성 변호사 등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가진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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