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유럽순방 得은 교황 방북의사, 失은 국제사회와 대북제재 온도차

기사등록 2018/10/21 08:52:00

'교황 방북' 성사는 성과···英·佛 '제재완화' 이견은 아쉬움

【코펜하겐(덴마크)=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코펜하겐 대니쉬 라디오 콘서트홀에서 열린 P4G(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2018.10.20. photo1006@newsis.com
【코펜하겐(덴마크)=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코펜하겐 대니쉬 라디오 콘서트홀에서 열린 P4G(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2018.10.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7박9일의 유럽순방을 마무리한다. 이번 방문의 최대 성과라면 한반도 평화 구상에 교황의 강력한 지지와 방북을 이끌어낸 부분이 꼽힌다. 반면 비핵화를 유인할 대북 제재 완화 설득이 생각보다 큰 진전을 보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리어 유럽 국가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원칙을 확인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를 둔 온도 차가 고스란히 보여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7박9일간 프랑스·이탈리아·교황청·벨기에·덴마크 등 5개국을 순방했다. 2개의 다자회의(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9개 정상(프랑스·이탈리아·교황청·벨기에·영국·독일·태국·유럽연합·덴마크)들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순방 성과와 관련 "점수로 매기면 7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큰 성과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방북 의사를 이끌어낸 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에 교황은 영어로 'available(가능한)' 이란 뜻의 이탈리아어를 통해 수락했다. 또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 하지 말라"고 주문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강력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있다. 2018.10.18. photo1006@newsis.com
【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있다. 2018.10.18. [email protected]
교황 방북 수락은 청와대 내에서도 예기치 못한 결과였다. 단독 면담 결과를 듣자마자 참모진 사이에서는 낮은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교황 예방으로 인해 이번 목표했던 유럽 순방의 성과를 모두 이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평화의 상징인 교황이 역대 최초로 북한의 땅을 밝는 의미는 상당하다. 방북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개방의지를 보증하게되며, 정상국가로 가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려 국제사회의 불신을 일정 부분 해소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일 종교의 지도자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강력한 지지의 뜻을 밝히면서 우리 정부의 평화 구상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다수 유럽 가톨릭 국가에도 하나의 메시지로 작용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알리게 됐다는 평가다.
 
【브뤼셀(벨기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2018.10.19. photo1006@newsis.com
【브뤼셀(벨기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2018.10.19. [email protected]
반면, 대북 제재 완화를 두고는 국제사회와 온도 차만 확인하게 됐다. 대북제재 완화를 설득하고 나섰던 문 대통령과 달리, 유럽 국가에서는 CVID 표현을 통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유럽 국가에게 대북 제재 완화의 긍적적인 측면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대북제재 완화의 키를 갖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역할론'을 강조한 것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P5(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을 움직여 제재 완화 분위기를 띄어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들의 선 긋기는 확실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채택한 공동발표문에는 제재완화의 전제조건으로 CVID를 명시했다. 메이 영국 총리도 CVID를 거론하며 북한에 보다 더 확실한 조치를 요청했다. 아시아와 유럽 51개국이 모인 아셈에서도 북한에게 CVID를 촉구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줬다.

 이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CVID보다 한 단계 낮은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 발 더 나아간 표현이었다.

【브뤼셀(벨기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브뤼셀 유로파 빌딩 영국대표단 사무실에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한-영국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10.19. photo1006@newsis.com
【브뤼셀(벨기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브뤼셀 유로파 빌딩 영국대표단 사무실에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한-영국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10.19.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 북한에 대한 불신과 함께 유럽과 미국의 정치 구도가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호 무역, 이란 핵폐기 문제 등에 대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럽이 대북 제재 문제로까지 이견이 노출되는 상황을 우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유럽의 공동 안보 입장인 CVID 표현을 통해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CVID는 완전한 비핵화에 포괄적 내용이라고 생각하기에 용어 자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CVID 표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대북 제재 완화라는 화두를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띄웠다는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단시간에 바뀌긴 어렵더라도 본격적으로 제재완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는 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파리(프랑스)=뉴시스】전신 기자 = 프랑스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6일(현지시간)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는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10.17. photo1006@newsis.com
【파리(프랑스)=뉴시스】전신 기자 = 프랑스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6일(현지시간)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는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10.1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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