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인터뷰]김종진, 봄여름가을 지금은 겨울···봄은 또 올 것

기사등록 2018/11/09 10:48:16

ⓒ신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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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991년 한국 최초의 라이브 앨범, 2004년부터 10년간 와인 콘서트를 열고 라이브 앨범 10장 연속 발매, 세계 최초 돌비 애트모스 기술로 믹싱.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퓨전재즈 듀오 '봄여름가을겨울'은 '밀림에 길을 터주는' 팀이다. 이들은 색다른 시도로 음악 듣기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보컬 겸 기타 김종진(56)은 "저희가 애크러배틱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보다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가고 싶었다"면서 "음악의 관문이 되는 밴드가 되기 위해 우리를 오롯하게 바쳤다"고 말했다.

"음악을 청중에게 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작은 공간에서 한 두 명과 소주 한잔 하며 우쿨렐레를 연주할 수 있고, 비싼 돈을 들여서 스튜디오에서 며칠을 녹음하는 사람도 있죠. 저처럼 새로운 기술을 경험해보고 정말 좋다면, 모든 것을 털어서라도 그것을 전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것이 고수다', 그런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만큼 너무 좋으니까. 하하."

절친한 친구 사이인 김종진과 드러머 전태관(56)으로 구성된 봄여름가을겨울 두 멤버는 1986년 가수 김현식(1958~1990)이 결성한 밴드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 봄여름가을겨울 정규 1집을 발표한 후 퓨전재즈 등 실험적인 시도부터 블루스, 록, 어덜트 컨템포러리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어떤 이의 꿈' '내 품에 안기어'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아웃사이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히트곡들을 쏟아냈다.

김종진은 30년을 돌아보면서, 10년 동안 매년 라이브 앨범을 한 장씩 낸 것을 특기했다. "태관이랑 10년 동안 스튜디오 앨범은 내지 말고, 라이브 앨범만 발매하자는 약속을 지킨 것이 뿌듯해요."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가수 김종진이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1.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가수 김종진이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1.04. [email protected]
무엇보다 '뮤지션은 누구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 "편집을 해 잘 만들어진 소리, 즉 실수 없는 소리를 내보내는 것이 뮤지션인가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숙련이 된 성숙한 뮤지션이더라도 무대 위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서 그것조차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드리고 싶었죠."

이런 봄여름가을겨울의 신념은 음악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공연을 보고 듣는 분들이 우리네 삶에 실수가 있어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아울러 대형 공연장인 아닌, 작은 클럽에서 공연하고 녹음하는 ‘생활형 뮤지션’의 소중함에 대해서도요."

데뷔 전부터 기타를 잡은 김종진은 인생의 대부분을 음악과 함께 살아왔지만 음악이 갈수록 신비롭게 여겨진다. 재즈·펑크 기타의 전설 하이럼 불럭(1955~2008)이 소유했던 기타인 1962년산 펜더 스트라토캐스터가 뉴욕 중고악기상을 통해 그의 손에 들어온 것처럼 운명론도 믿고 있다. 

"음악은 신비로워요. 음악에 귀를 연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게 맞게 선물을 주거든요. 어떤 사람에게는 치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 좋은 소리를 내겠다고 헌신하는 그런 사람에게는 좋은 악기를 만나게 해주고. '음악이 뭐기에 사람들을 이렇게 행복하게 해줄까'라는 생각에 빠져 있죠."

 온화한 김종진이지만, 음악과 관련해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일에는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음악계 선배이기도 하다. 봄여름가을겨울을 과거 무분별한 음원 소비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음악 무제한 정액제'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음원 위주로 음악 시장은 완전히 재편됐다. "물론 정착된 음악 산업 방식을 거스르기는 힘들죠. 소비자들이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다만, 음 표현이 쉽지 않고 조심스러운데 음원은 존재하는 것이 희석이 될 수 있어요. 누군가가 모든 것을 걸고 만든 음악이 버튼 하나로 켜지고 꺼지니까. 산업 안에서 치열한 담론이 필요하죠."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가수 김종진이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1.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가수 김종진이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1.04. [email protected]
봄여름가을겨울은 지금도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앨범의 물성을 아낀다. 독일 음반 레이블 ECM의 만프레드 아이허(75) 대표가 "음반을 포장지에서 뜯어낼 때 소리와 음반에서 나오는 잡음, 나는 그것이 음악이라는 범위 안에 다 포함된다고 여긴다"고 말한 것에도 동의했다.
 
그래서 앨범에 실리는 곡뿐 아니라 커버와 부클릿을 제작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인다. "앨범은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거기서 얻어지는 희열이니까요.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만이 아닙니다."

데뷔 30주년 기념으로 12월 발매 예정인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은 카세트테이프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테이프를 재생시키는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 카세트 플레이어까지 포함시켜 한정판을 내놓는다.
 
"저희가 한창 음악을 할 때는 카세트 테이프가 주류였어요. 카세트 테이프에는 듣는 사람의 삶이 녹아 들어가는 '확장성'이 있어요. 듣고 싶은 것을 듣기 위해 앞으로 풀어내고 되감고, 많이 들은 부분은 늘어나고. 대중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녹음하는 것도 주로 카세트 테이프였잖아요? 결국 삶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죠."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가수 김종진이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1.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가수 김종진이 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1.04. [email protected]
이번 트리뷰트 앨범은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을 기억하는 동시에 앨범으로 인한 수익금이 투병 중인 전태관에게 전달되는 뜻깊은 음반이다. 전태관은 2012년 신장암으로 수술을 받았으며 2014년 어깨뼈로도 암이 전이돼 연주활동을 중단했다. 이후에도 뇌, 머리 피부, 척추뼈, 골반 뼈로 전이되고 있다.  

전태관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을 위해 후배가수들이 대거 뭉쳤다. 오혁, 어반자카파, 윤도현, 데이식스(DAY6), 십센치(10cm), 대니정, 이루마, 장기하, 배우 황정민 등이다.

이들은 봄여름가을겨울의 1집부터 8집까지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리메이크한다. 앨범 발매 전까지 순차적으로 음원이 공개되고 있다. 11일 오후 6시에는 윤종신의 '첫사랑'이 공개된다. 2008년 발표된 봄여름가을겨울 8집 '아름답다, 아름다워!'에 수록된 노래다.

이번 트리뷰트 앨범은 앨범보다 '프로젝트'를 앞세운다. 김종진은 "프로젝트라고 말하는 이유는 전태관씨를 후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건강을 잃은 친구, 동료를 후원하는 무브먼트로 자리 잡았으면 해요. 캠페인처럼요"라는 마음이다. 이번 앨범 제명인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말 그대로다.

김종진은 이 앨범 작업을 하면서 음반은 뮤지션뿐만 아니라 산업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악하는 사람이 저 잘났다고 만들어봤자 위대한 작품으로 남기 위해서는 같이 그것을 돌보는 분들이 계셔야 가능한 거예요. 예전 같았으면 함께 준비한 정규 9집 발매가 먼저였겠죠. 하지만 고마운 분들 덕분에 트리뷰트 앨범이 먼저 나왔고, 새로운 가치를 알게 됐죠."  
ⓒ신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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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은 팀 이름처럼 매년 사계절을 잘 겪어내고 있다. 팀 전체의 주기로 따지면, 전태관이 암투병 중인 지금은 겨울로 보인다. 그 투병은 힘겹지만 희망적이기 때문에 겨울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사실 매우 안타깝죠. 태관이가 아파서···. 봄여름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잖아요? 지금이 겨울이라고 할 수 있죠. 근데 겨울이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에요. 불우한 사람을 더 돕는 계절이기도 하고, 제 곁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더 고마움을 표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죠. 밖은 추워도 저희는 따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또 봄이 올 것이라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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