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보험료 인상 퇴짜'…"국민연금 부과방식 전환 요구"

기사등록 2018/11/09 13:27:12

현행 부분적립방식→부과방식 전환 등 대안

"대통령, 보험료 인상 아닌 방법 가능하다 판단"

현 정부 안팎서 부과방식 전환 논의 계속 진행

'보험료 9% 유지+기초연금 40만원'도 재검토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1.0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1.0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보건복지부가 중간보고한 국민연금 개선안에 퇴짜를 놓은 것은 단순히 보험료 인상 최소화를 하라는 게 아니라 연금 부과방식 전환 자체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국민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중심인 현행 우리나라 사회보장체계에 '대수술'을 주문했다는 해석인 것이다. 

청와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9일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국민연금 문제를 핸들링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금을 쌓아두는 현행 기금 방식에 부정적인 기류가 (대통령과 그 주변에)있다"고 전했다.

기금을 쌓아두는 현행 방식이 아닌 다른 방안으로는 연금제도를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적립금 형태로 쌓아두고 여기에서 연금을 돌려주는데, 적립금 없이 매년 지급할 연금액을 그해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충당하는 식으로 바꾸자는 얘기다. 연금 역사가 오래된 대부분 국가가 부과방식을 선택해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 안팎에선 부과방식 전환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분과위원장을 맡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기초연금을 다 합쳐도 국내총생산(GDP)의 13~15% 정도로 앞으로 60년 후 지금 유럽 국가(11%)들이 감당하는 수준이 되는 것"이라며 "게다가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국민연금 지급액의 일부는 세금에서 보충한다"고 말했다.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당장은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제4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적립기금 없이 매년 보험료 수입만으로 제도를 운영할 때 필요한 보험료율은 2020년 5.2%, 2030년 9.0% 등으로 현재 수준보다 낮거나 같다.

다만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에 따라 가입자는 줄고 연금 지급을 받는 사람이 늘면서 보험료율은 2040년 20.8%, 2060년 26.8% 등으로 오르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기초연금 인상을 통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방안까지 포함해 재검토를 지시한 것도 부과방식 전환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7일 중간보고에서 올해 9월부터 25만원으로 오른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떠나 국민연금 중심인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기초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과 연계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 방향을 잡았다.

2021년 30만원까지 올리기로 한 문 대통령 공약보다 시기와 금액 모두 발전된 안이지만 문 대통령은 이 안마저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복지부는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세부 방안을 다듬어왔고, 문 대통령에게도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45%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기준 은퇴 후 연금수령액 비율)을 유지하거나 50%로 올리면서 평균소득의 9%(직장인 4.5%)인 보험료율을 최대 15% 수준까지 올리는 게 소득보장 강화안이다.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둔 안은 소득대체율을 예정대로 2028년까지 40%로 인하하면서 보험료율도 올리는 방안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공단 설문조사에서 가입자의 63.4%는 '9% 보험료도 부담된다'는 반응을 나타냈고, 45.5%가 적정 소득대체율을 50%로 꼽았다.

정부는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이나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방안'을 준비했는데 국민들은 '지금처럼 내고 더 받는 방안'을 선호했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면 될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지만 더 녹록지 않다. 올해 8월까지 기금운용 전체 수익률은 2.25%를 기록했는데, 1년 전인 지난해엔 7.26%를 올렸다. 올해 수익률 저하는 국내 주식시장 손실(-5.15%)이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고려하면 수익률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방안이 있을지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를 지적한 것도 이런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서 더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주문인 셈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최고 지도자가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렸으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며 "현재 국민연금 제도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토론이 사라져 버린 채 대통령 발언을 해석하는 것 자체가 연금 논의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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