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 조양호 회장 상대 전면전 선포?…배경은

기사등록 2019/01/21 18:40:08

"한진 측 협상 여지 보이지 않아 강공 결심"

"국민연금 의결권 우호적으로 행사 전망"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한진칼(지주회사)과 한진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본격 실력 행사에 나섰다. KCGI는 조회장에 대해 연임을 좌절시킬 수 있다는 의지까지 드러내며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 측에서 협상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국민연금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으로 의결권 행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강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KCGI는 이날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 한진, 대주주 측에 공개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선, 기업 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사회 신뢰 향상 등을 위한 방안이 계획안에 담겨있다. 

앞서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등극하며 사실상 경영 참여 의지를 드러낸 후 자신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보류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자신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물론 한진그룹의 문제점과 개선사항 등을 조목조목 밝혔다. 동시에 '한진밸류(valuehanjin)'라는 주소의 홈페이지도 개설해 향후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구체화해 발표할 것이라는 의지도 나타냈다.

특히 이번 계획안에 국내외 자질과 능력이 탁월한 CEO 등 경영진을 선임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하고 합리적인 CEO 승계 절차를 수립하자고 제안한 내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KCGI가 조 회장을 포함한 일가의 퇴진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에 주목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임기는 올해 3월 17일, 한진칼과 한진의 대표이사 임기는 2020년 3월 23일까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가 지분을 보유한 한진칼과 한진은 조 회장이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지만 장기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며 동시에 3월 주총에서는 친(親) 조양호 사람들로 구성된 임원들의 연임 저지에 나설 것"이라며 "이와 함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는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 연임 저지에 나설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또한 KCGI가 이번에 3월 주총을 한 달여나 남겨두고 강공전을 펼친 데는 한진 측이 철벽을 치며 주주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KCGI 측을 만나 입장을 확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KCGI는 오는 3월 주총에서 한진칼 상임감사 교체 정도로만 목표를 잡았다"며 "하지만 조 회장측이 한진칼 자산을 2조원으로 늘리는 꼼수에 나서고 최근 이뤄진 물밑 접촉에서 협상의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자 이번에 승계 문제까지 건드리며 세게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도 KCGI의 공세에 힘을 실어줬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3대 주주,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이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 참여를 위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국민연금이 3월께 예정된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여론에 영향을 크게 받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3월 주총에서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라며 "KCGI가 국민연금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여론 형성에 적극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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