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30분 가량 진행된 구속 심사서 공방 치열
검찰 "중대한 反헌법 범행의 책임자…구속해야"
양승태 측, 4無 전략으로 방어…"범죄성립 안돼"
이규진 前상임위원 수첩 등 증거 놓고도 대립각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구속 심사에서 '스모킹 건(핵심 증거)'이라고 평가받는 여러 증거를 놓고 각자의 법리 주장을 쏟아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 농단 의혹의 최고 책임자라고 주장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과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5분께까지 약 5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공방을 벌였다.
검찰에서는 신봉수 특수1부 부장검사를 포함해 박주성 부부장검사 등 7~8명이 심사에 투입됐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수사 단계서부터 변호를 맡아온 최정숙·김병성 변호사 등이 방어에 나섰다.
이날 구속 심사가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 공개소환 전 '친정'인 대법원 앞에서 대국민 발표를 통해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먼저 사법 농단 의혹에 대해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중대한 반(反)헌법적 범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7개월여간 수사를 거쳐 확보한 인적·물적 증거가 이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과 만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을 논의한 점,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문건에서 인사 조치에 대한 승인으로 'V'자를 표시한 점 등이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검찰이 내세우는 증거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을 문제 삼았다. 한 예로 핵심 증거라고 평가받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수첩을 두고 "사후에 내용이 추가되거나 바뀌었을 수 있다"며 "수첩이나 메모의 신빙성 등을 따질 때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 전 상임위원의 수첩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의미하는 '大'가 적힌 것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에게 이런 것을 말해야 한다고 계획을 적은 것일 수 있다"고도 반문했다. 즉,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사항을 적은 게 아닐 수 있다는 취지다. 이밖에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모 변호사와 만남도 재판과 관련된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반박을 내놓았다.
양측은 또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맞붙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당시 사법부 수장으로서 최종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구체적인 지시 등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범죄성립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맞섰다.
5시간30분 넘게 맞붙은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양측은 오후 4시5분께가 돼서야 공방을 종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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