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기, 정부 규제 일변도 기조 바뀌나

기사등록 2019/02/20 06:00:00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6년전 침체기 수준 '복귀'

정부 "실수요자 체감때까지 정책 일관성 유지"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외환위기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집값·전셋값이 동반 급락하면서 750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은 지난해 1,607억원으로, 2017년(398억원)의 4배를 넘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매 시세표가 붙어 있다. 2019.02.1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외환위기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집값·전셋값이 동반 급락하면서 750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은 지난해 1,607억원으로, 2017년(398억원)의 4배를 넘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매 시세표가 붙어 있다. 2019.02.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부동산시장의 한파가 거세다.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거래 절벽'을 넘어 '부동산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지난해 대출규제와 양도세 중과에 이어 올해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등 정부의 각종 규제에 부동산시장은 숨죽인 모양새다.

매도·매수자간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양측의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실수요자들이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6년전 침체기 수준으로 복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11일(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수급 지수는 73.2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3월11일(71.8) 이후 약 5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매매수급 지수는 한국감정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매수자 우위를,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매도자 우위를 의미한다. 수치가 ‘100’에 가까우면 수요와 공급이 비슷하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해 9월 조사에서 116.3까지 오르는 등 공급(매물)보다 수요자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9.13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꺾이기 시작해 5달만에 지수가 70대로 떨어졌다. 지난 2013년은 부동산 규제와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됐던 시기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9.13대책 이후 대기 수요자들이 매수 의사를 철회하고 관망세로 돌아선 반면 집주인들은 대출과 세금 규제가 강화로 급매물을 내놓고 있어 매매수급 지수도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매수심리 위축은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877건(신고 건수 기준)으로, 2013년 이후 1월 거래량으로는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건에 비하면 하락폭은 여전히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굳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침체기 숨통을 띄워주기 위한 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유세를 강화해도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까지 집값이 하락할 때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기조다.

집을 여러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세력으로 판단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자칫 기조를 바꾸면 투기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수준으로 집값이 하락할 때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힘을 싣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를 집주인 책임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위원장은 “전세자금을 돌려주는 것은 집주인이 할 일”이라며 “관행적으로 뒤에 들어오는 세입자에게 받아서 이전 세입자에게 줘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 집주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감독은 9.13 기조, 한마디로 가계대출이 부동산 투기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투기세력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대출 규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고, 일관성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부동산시장은 관망세지만 오는 4월 아파트 공시가격이 발표돼 세금 부담이 좀 더 현실화되면 주택 보유자의 체감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 연구원은 "공시가격이 오르면 다주택자들이 버티기 힘들어져 물량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시점인 오는 4월을 기점으로 매도 강세가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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