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락사무소, 6개월 만에 기로…北 복귀 전망 어두워

기사등록 2019/03/22 20:38:46

4·27 판문점 선언 합의로 개성공단 내 설치

남북 상시 연락체계로 교류·협력 사업 논의

개소 190일째 북측 인원 '상부 지시'로 철수

2차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소장회의 안 열려

"한국에 적극적인 대미 설득 압박하는 포석"

"남측 인원 잔류…北 입장 바뀌면 재가동 가능"

"한국 중재자 역할 불필요하다 메시지일 수도"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9월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남측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9.14.  photo@newsis.com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9월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남측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9.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현 기자 = 남북이 365일 24시간 소통할 수 있는 채널로 자리잡고 있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폐쇄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9월 개소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북측은 22일 오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서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통보하고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에서 설치키로 합의했고, 지난해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9월14일 개성공단 내에 문을 열었다.

연락사무소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소통 창구로 기능해 왔다. 통일부를 중심으로 남북협력 사업 유관부처 직원 20여명이 평일에 상주하며 실무급에서 회의를 하고, 남북 소장도 매주 금요일 모여 소장회의를 하는 등 연락체계를 형성했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100일 간 남북은 285회 회담과 협의를 했다. 하루 평균 2.9회 남북 접촉이 이뤄졌고 통지문도 173건이 교환됐다. 통일부는 "특정 인원과 직급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수준에서 협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철도·도로 공동조사, 산림·보건·의료·체육협력, 이산가족 상봉, 개성 만월대 발굴, 10·4 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 등 다양한 남북 협력사업이 이뤄졌다.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있다. 2018.04.27.  amin2@newsis.com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있다. 2018.04.27.  [email protected]
그러나 이날 개소 190일째를 맞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수를 결정함으로써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남북 소장 회의는 지난달 28일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열리지 않았다. 1일은 3·1절, 8일은 국제부녀절로 남북의 공휴일이었지만 15일은 북측이 이유를 밝히지 않고 나오지 않았다. 

소장이 부재한 경우 소장 대리가 회의에 참석하지만 북측은 소장 대리가 부재한 이유에 대해서도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철수 수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북측의 철수 의도를 예단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긴장감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지속할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대미 설득을 압박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차관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지난해 9월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8.09.14. photo@newsis.com
【개성공단=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차관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지난해 9월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8.09.14. [email protected]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남조선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이지 '중재자'가 아니다"고 말하며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한국이 북한의 입장을 반영해주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남측 인원의 철수까지 요구하거나 연락사무소 폐쇄를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이 바뀌면 북측 인원이 복귀함으로써 연락사무소가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 미국의 눈치를 보는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며 중재자 역할이 불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낸 것일 수도 있다"며 복귀 가능성을 낮게 해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면 북측의 복귀 전망은 더 어두워진다. 최 부상은 또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