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엑소더스 현실화?…설립취소 위기에 '뿔뿔이'

기사등록 2019/04/02 11:52:54

인천지회, 한유총 탈퇴 후 지역단체로 설립키로

대구 등 다른 지회에서도 탈퇴 검토 분위기 돼

수도권·지방 4개 지회 탈퇴 논의중으로 알려져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법인 설립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학부모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3.2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법인 설립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학부모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3.2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연희 구무서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설립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의 대규모 탈퇴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국 단위로 구심점을 두고 새롭게 뭉치는 게 아니라 지역별 단위로 쪼개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집행부와 의견이 다르다며 간부 직책을 내려놨던 박진원 전 인천지회장은 2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난달 29일 한유총을 탈퇴했다"면서 "인천 사립유치원 공동체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 회원 원장들에게 '인천사립유치원공동체 발기인 대표' 명의로 "이번 사립유치원 개학유보 사태를 기점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공공성·투명성 비전을 갖고, 합리적이고 신뢰를 깨지 않는, 반듯한 뜻을 가진 원장님들과 인천사립유치원공동체를 출범하려 열심히 기획·준비하고 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앞으로는 국가에서 지원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출산과 국·공립유치원 확대로 인해 사립유치원이 문을 닫게 될 때를 생각해 시·군·구와 협의를 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인천지역만 별도의 단체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박 전 지회장과 뜻을 같이하는 인천 지회 원장들은 80여 명 수준이다. 

박 전 지회장은 지역 사립유치원 현안은 인천시교육청과 협의하고 전국단위 현안은 지역별 단체 회장들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을 탈퇴한 이들이 만든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 또는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 등 전국 단위 단체에 가입하는 대신 제3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박 전 지회장은 전국 단위로 총괄 집행부가 교육당국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을 벌이는 등 무리수를 두게 된다고 봤다.

인천 외 대구 등 다른 지회에서도 탈퇴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현재 탈퇴 및 지역단위 단체 설립을 고려 중인 지역 지회장 A씨는 "(한유총이)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샀고, 회복단계뿐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입학유보 사태로 인해 모든 게 단절되다보니 이탈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지회에 (내부) 갈등이 있는 것 같다"고 전하며 구체적인 지회 3곳을 지목했다.

3곳 중에는 개학유보에 적극 가담하는 등 강성으로 분류되던 영남지역(대구·울산·경북·경남) 지회가 2곳이나 포함돼 있다.

탈퇴지역으로 언급된 지역 중 하나인 대구의 김춘화 지회장은 "지난달 개학유보 사태 이후 총회를 열거나 회원들의 의견을 묻지 못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A지회장은 "지회 차원에서 탈퇴 고민을 하는 곳도, 지회장이 강성이지만 다른 회원들이 마음이 떠나 논의 중인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가장 큰 사립유치원 단체였던 한유총이 지역별로 쪼개지는 이유는 한유총이 설립취소와는 별도로 국민들로부터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도 정책 논의에서 한유총을 원천 배제하고 다른 단체들을 파트너로 인정한데다 여론까지 외면해 설 땅이 없어졌다. 설립 취소된 후 다른 전국단위 단체를 만들더라도 '제2의 한유총'으로 불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덕선 전 이사장이 개학유보사태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새 이사장 역시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선출된 점도 탈퇴 러시에 불을 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단위 탈퇴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유치원 회계부정·비리 사태 이후 박영란 전 한유총 서울지회장과 백희숙 전 광주지회장 등은 한유총과 대립하다 지역 단위로 탈퇴, 새로운 단체 한사협을 설립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에 대한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오는 8일 청문을 속행하기로 했다. 설립허가 취소 여부에 대한 발표는 청문이 완료된 후 약 2주가 소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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