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소용돌이 속 '항공 빅2'…오너리스크에 흔들린 경영권

기사등록 2019/04/16 06:51:00

한진가, 조양호 회장 별세에 경영권 방어 시급해져

고질적 재무 위기 시달린 아시아나, 결국 매각 결정

오너리스크 줄이고 항공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 전망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가 김포공항 주기장에서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사고 항공기가 멈춰 서 있다. 2018.06.2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가 김포공항 주기장에서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사고 항공기가 멈춰 서 있다. 2018.06.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고은결 기자 =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이 시계 제로에 빠졌다. 대한항공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별세하며 상속세 등으로 인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모회사 금호산업이 매각을 결정,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게 됐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에 따라, 경영권을 승계 받으려면 한진가 3세들이 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고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가치는 약 3543억원으로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약 1771억원이다.

이 때문에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어떻게 납부할지가 관심이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한진그룹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28.95%였다. 조 회장은 17.84%,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2.34%,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0%, 정석인하학원 2.14%,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등이다.

한진가 오너들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있어, 자금 조달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2대 주주인 KCGI 측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 최대한 피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한진가 삼남매가 주식담보대출을 비롯, 기타 계열사의 지분 매각과 한진 등이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한 배당여력 확대 등을 예상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날 금호산업 이사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의결했다. 재계는 금호가 그룹 전체 매출의 60% 가량을 책임진 아시아나항공을 떼어내면, 자산 규모가 4조원대로 쪼그라들어 사세도 중견기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이 팔리면 그룹에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금호리조트 등 계열사만 남게 된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와 관련,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초강수를 뒀지만 채권단에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시간 벌기용 계획이 아니라, 오너가의 경영권을 담보로 하는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했다. 사면초가에 처한 박 전 회장은 결국 가장 피하고 싶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단을 내리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구안이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조만간 급물살을 타고, 금호그룹은 주력인 항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될 전망이다.

양대 항공사가 처한 이러한 상황은 결국 오너리스크에서 촉발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오너의 경영 능력과 별개로, '사회적 물의'에 따른 논란들이 결국 오너가 경영권을 겨누게 됐다.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실패하게 한 영향을 미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도 오너리스크에 근거한다. 당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반을 유동성 위기로 몰고 간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차입 경영으로 그룹과 이별을 고하게 됐다. 박 전 회장의 경우 '기내식 대란'과 '승무원 기쁨조' 논란에도 휘말렸지만, 무엇보다 부실 경영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다.

다만 오너가의 경영권이 약화하는 것과 별개로 항공업계 내 두 항공사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배구조 개선이 시작됐다는 기대감을 받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오너리스크 및 조 단위의 빚 부담을 해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보는 대한항공은 국내와 상당한 온도차가 있을만큼, 탁월한 수준의 글로벌 항공사다. 아시아나항공도 재무 리스크와는 별개로 서비스 수준이 뛰어난 항공사"라며 "오너가 경영권 방어 여부와 두 항공사의 경쟁력은 구분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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