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 틀 깬 새 지평, 이바라기 노리코 '여자의 말'

기사등록 2019/04/16 11:00:36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서둘러야 해요/ 조용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돼요/ 감정을 가다듬고/ 당신 있는 곳으로/ 서둘러야 해요/ 당신 곁에서 잠드는 것/ 두 번 다시 깨지 않을 잠을 자는 것/ 그것이 우리들의 마지막 성취/ 도달할 목적지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서둘러야 해요' 중)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의 시선집 '여자의 말'이 번역·출간됐다. 85편의 시와 수필 2편이 실렸다.

'한 여자가 홀로/ 턱을 괴며/ 익숙지 않은 담배를 뻐끔뻐끔 피워 대며/ 방심하면 뚝 뚝 떨어지는 눈물을/ 수도꼭지처럼 꽉 꽉 죄어 가며/ 남자를 용서할 건지, 화를 낼 건지/ 지혜를 짜내고 있다'('화낼 때와 용서할 때' 중)

'올해도 살아서/ 벚꽃을 봅니다/ 사람들은 평생/ 몇 번이나 벚꽃을 보는 걸까요/ 철이 드는 것이 열 살 정도라면/ 아무리 많아도 칠십 번쯤/ 삼십 번, 사십 번인 사람도 부지기수/ 어쩌면 그토록 적은지/ 더욱더 더욱더 많이 본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조상들의 시각도/ 섞여 들어와 겹쳐지고 안개가 드리워진 때문이겠죠'('벚꽃' 중)

옮긴이 성혜경 교수(서울여대 일어일문학과)는 "이바라기의 시에는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들이 많다"고 했다. "이바라기 시의 참신함과 독자성은 여성 시인으로서 입지를 관철하면서도 종래의 '여성성'에 안주하거나 그 틀에 사로잡히는 일 없이 오히려 이를 과감하게 깨며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 점에 있다." 228쪽, 1만1000원, 달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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