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뻔하지만, 그래도 볼만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기사등록 2019/04/20 06:01:00

왼쪽부터 이솜, 이광수, 신하균
왼쪽부터 이솜, 이광수, 신하균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뻔한 내용 전개지만 차별화된 감독의 메시지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짐작대로인 결말을 시니컬하게 지켜보다가도 영화 곳곳의 유머코드에 웃음을 빵 터뜨리게 된다.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어느새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형', '그것만이 내 세상', '언터처블: 1%의 우정' 등 기존 장애인 영화와의 차이점이다. 그동안 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은 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관계를 다뤘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각각 다른 장애를 지닌 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워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감독에 따르면, 장애인인 두 주인공은 우리 모두가 가진 약함을 상징한다.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처지는 가족, 친구, 애인 등 의지하고 옆에 두는 사람과 떨어질 수 없는 비장애인의 형편과 다르지 않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이기주의와 냉소주의로 분열된 현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가족의 새로운 형태'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다만, 영화로 그려지는 과정에서 그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경제 성장 속도를 사회·문화의 그것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문화 지체현상을 겪고 있는 나라다. 수십년 만에 1인가족이 4인가족을 제치고 가장 주가 되는 가족 형태가 됐고, 같이 사나 홀로 사나 사람들은 외로움을 호소한다.

새로운 가족의 모델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의 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정책 결정자들의 고민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리보다 문화적으로 5~10년 앞서 간다는 일본에서는 이에 대해 직설적으로 요구하는 '어느가족'이 개봉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영화를 보고 난 후라 그런지 이 작품 속에서는 '가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의도는 좋았으나 영화 속에서의 구현은 다른 문제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특별한 형제,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의 정을 담은 휴먼 코미디다. 세하는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동생 동구 없이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지체장애인이다. 동구는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갖췄지만 형 세하 없이는 아무 것도 못 하는 지적장애인이다.
영화는 실재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10여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씨를 모델로 한다. 1996년 광주의 어느 복지원에서 처음 만나 별명이 '강력 접착제'였을 정도로 매일 붙어 지낸 두 사람은 서로의 머리와 몸이 돼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주며 친형제보다 더 가깝게 살았다. 최승규씨는 실제로 영화 속 '세하'처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의 특장점은 세 배우의 연기력이다. 형 '세하'는 연기 경력 20년에 달하는 신하균이 맡았다. '킬러들의 수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하균은 최근 '극한직업'까지,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는 지체장애인이지만 명석한 두뇌와 쉴 새 없는 입담을 지닌 인물을 그려내야 했다. 신체 중 자유로운 부분이 입뿐이기에 얼굴 표정과 말의 뉘앙스 만으로 연기를 해야하는 신하균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실제로 육상효 감독은 "신하균이 확실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표정과 목소리 만으로 연기해야 했지만, 신하균씨가 딕션도 좋고, 감정들을 아주 정확하고 잘 표현해줘서 (좋았다)"며 그의 연기를 추어올리기도 했다.

대중에게는 TV프로그램 '러닝맨',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드라마 '동이'의 캐릭터로 각인돼 있는 이광수의 연기 변신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광수는 수영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고, 24시간 형의 손과 발이 돼주지만 형이 없으면 판단이 어려운 지적장애인 '동구'다. 말보다는 행동과 표정, 눈빛을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배역을 이광수는 잘 해냈다. 이광수는 "동구 역은 말이 많지 않다. 각각의 상황과 장면에서 어떤 생각을 동구가 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에 대해 감독님과 현장에서 많이 얘기를 나눴다. 표정이나 눈빛으로 전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지적장애인 역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육 감독은 그러면서도 장애인 희화화는 경계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에서 신현준의 약간은 오버스러운 연기로 인해 실제로 한동안 비장애인들이 기봉이 흉내를 내며 지적장애인 비하 논란이 있었던 터다. "광수씨한테 특정한 바보스런 동작은 하지 말자고 말했다"는 감독의 말에 그 마음이 모두 담겨 있다. 감독은 외려 장애를 가진 인물들을 도와줘야 할 존재, 가엾은 존재로 그리기보다 장애유무와 관계없는 평범한 인간, 그 중에서도 농담 잘 하고 재밌는 그러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리려 노력했다.
신예 이솜도 세하와 동구의 절친이자 취업 준비생 '미현' 역을 통해 전매특허와도 같은 '청춘'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냈다. 여기에 박철민, 권해효 등 연기파 조연진이 합쳐져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엄청 뛰어나지는 않아도 적당한 유머코드와 메시지가 담긴, 볼 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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