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바로잡듯한 인문지식의 성찬···'그리스는 교열 중'

기사등록 2019/06/13 06:05:00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대단한 열정에 관해서 내가 읽은 가장 만족스러운 이야기"(뉴욕타임스), "언어와의 사랑을 담은 황홀한 수기. 소금기 어린 키스를 받고 나른하게 취한 듯한 느낌을 페이지마다 느끼게 해준다"(워싱턴포스트)···.

저자의 대외 직함은 교열자, 사내에서는 원고를 인쇄 직전까지 책임지는 사람을 뜻하는 오케이어(OK’er)다. '콤마퀸'이라는 별칭이 있고, 더러는 그 깐깐함에 '마녀'라고도 칭해진다.

'뉴요커'의 책임교열자 메리 노리스가 돌아왔다. 노리스는 1925년 창간돼 1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유력 매체 '뉴요커'에서 40년 넘게 근속하며 원고를 매만진 교열자답게 언어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호기심, 넘치는 유머를 싸들고 서양 문화의 기원인 그리스로 건너간다.

 전작 '뉴욕은 교열 중'에서 교열자라는 전문직과 '뉴요커'의 속사정을 밝혔다. 영어라는 언어를 섬세하게 만지작거린 저자는 신작 '그리스는 교열 중'에서 자신의 시야를 더욱 넓힌다. 장기근속자의 당당함으로 보스에게 긴 휴가를 따내, 집과 직장과 모국어가 있는 안락한 뉴욕을 벗어났다. 이어 죽은 언어(그리스어)와 고대의 신화, 따가운 태양과 올리브나무, 그리고 와인과 우조(소주)와 갑작스러운 연애가 있는 낯선 나라로 홀로 여행을 떠난다. 

고대와 현대, 신화와 현실이 공존하는 그리스에서 저자는 예순 중반이 훌쩍 넘은 나이에 괘념치 않고 버스로, 렌터카로, 도보로 신화의 흔적을 따라 곳곳을 찾는다. 녹내장에 따른 '집중력 부족'이라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리한 교열자의 눈으로 여행 내내 신화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읽어낸다. '콤마퀸'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떠듬떠듬한 그리스어로 오해를 주고받으면서도 주눅 들지 않고 싱글의 자유로운 해프닝을 이어나간다. 메리 노리스가 자신의 삶을 '교열'해보는 경험을 담은 책이다.

결국 '그리스는 교열 중'은 교양지 '뉴요커'에서 오랫동안 글을 다룬 교열자의 전문성이 빛나는 지적인 산문이자, 주체적인 여성의 당찬 여행기이며, 그리스어와 영어, 그리스신화의 관계를 색다르게 들려주는 인문서다. 미국에서는 올해 4월 출간됐다. 김영준 옮김, 272쪽, 1만5500원,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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