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사유, 판단하라···이진우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기사등록 2019/06/13 06:04:00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한나 아렌트(1906~1975)는 나치 정권의 전체주의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정치와 자유의 문제를 치열하게 사유한 20세기 정치철학자다. 저서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에서 이진우(63) 포스텍 교수는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독자들과 함께 읽고, 이를 통해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정치적 문제들이 무엇인지 살핀다. 

 정치를 어떤 관점에서 사유해야 할지, 어떻게 정치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시대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사유의 자극제' 아렌트의 철학을 통해 그 길을 찾으려 노력한다.

아렌트의 사상은 나치 정권이 몰락하고 전체주의가 끝난 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섬뜩한 경고를 보낸다. 이 책은 우리를 스스로 생각하도록 끊임없이 자극하는 아렌트의 사상을 바탕으로, 주요 정치철학적 문제들을 짚는다. 아렌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현실의 정치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사유해야 할지 함께 고민한다.

 독자가 정치적 판단력을 길러 좀 더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정당화하는 사실 만을 골라내기는 매우 쉬워졌다. 그만큼 최근 이를 악용, 정보와 사실을 조합하고 왜곡한 '조직된 거짓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합리적 진리(자명한 진리)와 사실적 진리(다양한 해석과 의견을 허용하는 진리)를 구별하는 아렌트의 철학은 가짜 뉴스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유의할 점은 아렌트가 우리에게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렌트의 정치철학이 방향을 제시하고 특정한 길로 이끌어주리라는 기대는 그녀의 의도와 완전히 반대된다. 아렌트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실을 직시하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를 요구한다. 해결책과 방향이 아닌, 정치적 문제를 스스로 사유하고자 하는 시민에게 필요한 '관점'을 요구한다.

 이진우 교수는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명대 철학과 교수를 거쳐  총장, 한국니체학회 회장, 한국철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니체의 인생 강의', '의심의 철학', '지상으로 내려온 철학',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정치철학' 등이 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됐다. 1장(이제 전체주의는 끝났는가?), 2(무엇이 우리를 쓸모없는 존재로 만드는가?), 3(괴물 같은 악을 저지른 자는 왜 괴물이 아닌가?), 4(왜 완전히 사적인 사람은 자유가 없는가?), 5(왜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져야 하는가?), 6(우리는 무엇을 위해 자유로운가?), 7(정치권력은 꼭 폭력적이어야 하는가?), 8(정치는 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가?), 9(지배 관계를 넘어서는 평등의 정치는 가능한가?), 10(어떻게 정치의 규칙을 만들 수 있는가?) 272쪽, 1만5000원,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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