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先남북-後한미 회담' 재확인…비핵화 대화 물꼬 틀까

기사등록 2019/06/12 22:14:30 최종수정 2019/06/17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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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트럼프 방한 전 김정은 만남 바람직" 공개 제안
트럼프는 김정은 친서 공개…분주한 남북미 물밑 대화 방증


associate_pic4【오슬로(노르웨이)=뉴시스】전신 기자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후 BBC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6.12.   photo1006@newsis.com
【오슬로(노르웨이)·서울=뉴시스】안호균 김태규 기자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4차 남북 정상회담 뒤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6월 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되면서 교착상태에 놓였던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 뒤 진행된 사회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6월 말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보다 먼저 이뤄질 가능성 질문에 "가능하다면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가 만날지 여부, 또 만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한 것은 4월15일 이후 2개월 만이다. 지난 2개월 동안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기존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4·11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나흘 뒤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랬듯 또 한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강화 등 한반도 평화 질서를 만드는 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2개월 만에 나왔던 당시 문 대통령의 공개 제안에도 북한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5월4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를 감행하는 등 대남(對南)·대미(對美)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우리 정부에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비난함과 동시에 한미 동맹보다 민족적 입장을 우선하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을 향해서는 연말까지 비핵화 셈법을 바꾸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associate_pic4【오슬로(노르웨이)=뉴시스】전신 기자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 마치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19.06.12. photo1006@newsis.com
북한의 비핵화 대화 궤도 이탈을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왔던 문 대통령은 북한의 반발에도 대북 식량 지원을 추진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끊임 없는 물밑 접촉 시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4차 남북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한 것은 그동안 확인한 변화된 북측의 반응을 염두에 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김 위원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북측에 전달하고, 거꾸로 그에 대한 답신 성격을 띈 김 위원장의 친서를 미국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의 과정에서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점을 확신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와 관련해 "나는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친서가 전달될 것이라는 것도, 또 친서의 대체적인 내용을 미국측으로부터 전달 받았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된다.

또 "남북 사이에 그리고 또 북미 사이에 공식적 회담이 열리고 있지 않을 때도 두 정상 간의 친서들은 교환되고 있다"며 "친서들이 교환될 때마다 한미는 그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대체적인 내용도 사전에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김 위원장의 친서만 일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게 아니라 북미가 친서를 한 차례씩 주고받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맡긴 친서의 존재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미국 CNN 보도에 관해 "4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비롯한 제반 사항이 공유될 것"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associate_pic4【오슬로(노르웨이)=뉴시스】전신 기자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 이네 에릭슨 써라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19.06.12. photo1006@newsis.com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그동안 북미를 분주하게 오가며 친서 교환의 중간 메신저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 역시 서 원장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원장은 지난 10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에 있지만, UAE 방문 전 워싱턴을 들러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대북 사정에 정통한 한 정부 소식통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갔다는 것은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전달한 것에 대한 답신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답신을 한 것으로 본다"며 "김 위원장 나름대로 던질 수 있는 카드를 던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정원은 이날 "김 위원장 친서 전달 문제에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이달 안까지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선뜻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조금 더 무게가 쏠린다.

물론 지난해 5·26 판문점 2차 남북 정상회담 때와 같은 '원포인트' 정상회담의 선례가 있긴 하지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통해 의중을 이미 확인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동기 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비록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화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열정이 식을 수 있다"며 "(때문에)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만남을 촉구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배경으로 읽힌다.


ahk@newsis.com,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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