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이광호·김혜순·김소연 산문, 시리즈로···'문지 에크리'

기사등록 2019/07/12 11: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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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문학과지성사가 새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를 펴냈다. 자신 만의 문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일궈낸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기획했다.

에크리는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 '쓰다'라는 뜻이다.

문학과지성사는 "쓰는 행위를 강조한 것은 이 시리즈가 작가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최대한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지 에크리'는 무엇, 그러니까 목적어의 자리를 빈칸으로 남겨놓는다. 작가는 마음껏 그 빈칸을 채운다"고 소개했다.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이광호(56), 시인 김혜순(64)·김소연(52)이 가장 먼저 독자들을 만났다. 시인 이제니(47)·이장욱(51)·나희덕(53)·진은영(49)·신해욱(45), 소설가 정영문(54)·한유주(37)·정지돈(36) 등의 산문이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다.

김현의 '사라짐, 맺힘'에는 일상에서의 비평적 시선, 김혜순의 '여자짐승아시아하기'에는 여성으로서 경험한 아시아 여행기가 담겼다. 이광호의 '너는 우연한 고양이'는 침묵·고독을 고양이로 그려냈다. 김소연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는 사랑에 대한 담론이다.

표지 디자인은 2016년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그래픽 부문을 수상한 석윤이 디자이너가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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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책읽기가 괴로워질 때에는 그것을 고쳐야 한다. 때때로 책읽기가 일종의 정신적 도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로 괴로운 일이 생길 때 대개의 경우 책을 읽으면 그 괴로움이 많이 삭는다."('사라짐, 맺힘' 중) 291쪽, 1만2000원

"나는 여자하기와 짐승하기로 실재하는 아시아를 여행했다. 여행은 '나'라는 존재가 붙박인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운동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여행은 '나'에게서 '나'를 떼어내어 분산시키는 하나의 작용이다. 여행하는 동안 나는 설설 끓는 솥에서 분출하여 사라지는 안개처럼, 당신의 얼굴이 사라진 다음 그 주위를 맴도는 부사처럼. 아련한 그 모습, 여자이면서 짐승이기도 한 아시아의 ‘아시아’가 내 주위를 맴도는 것을 느꼈다."('여자짐승아시아하기' 중) 256쪽, 1만2000원

"사람들은 로맨스 서사의 판타지로 배워온 사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하는 사랑은 이토록 구질구질한데 영화 속 사랑은 감미롭기만 하니, 번번이 내가 어딘가 잘못된 사람처럼만 느껴진다. 사랑은 어딘가에 따로 있는 것만 같고, 내가 하고 있는 이것은 어떤 실수이거나 고행이거나 투쟁처럼만 느껴진다."('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중) 225쪽, 1만2000원

"인기척에 천천히 이쪽을 돌아다볼 때, 너의 눈에서 나오는 기이한 광채는 이방인을 처음 대하는 원주민의 눈빛과 같다. 멈칫거리며 너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 순간, 너와의 거리는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너는 여전히 수상하고 알 수 없는 존재로 남는다."('너는 우연한 고양이' 중) 140쪽, 1만1000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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