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쓰인 체크카드…대법 "속아서 빌려줬어도 처벌"

기사등록 2019/07/12 12:00:00

"대출 기회 획득 목적…대가관계 있어"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대출받을 목적으로 빌려준 통장과 체크카드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됐다면, 이를 넘겨 줄 당시 설령 범죄에 사용될 것을 몰랐더라도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모(24)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조씨는 2016년 6월 경기 이천 소재 집 앞에서 300만원을 대출해 준 대가로 체크카드와 통장 사본 등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조씨가 빌려준 계좌는 금융사기 범죄에 이용됐고, 조씨는 통장 내역에서 미상의 입출금을 확인했지만 대출 심사에 필요한 가상 거래 실적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조씨가 대출받을 목적으로 계좌를 빌려준 것 자체에 대가관계가 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조씨가 '계좌 거래실적을 늘리기 위해 가공의 입출금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정만으론 대출 기회 획득 목적으로 계좌 사용 권한을 넘겨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수수·요구·약속하며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며 "여기서 대가란 접근매체 대여에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조씨는 대출에 어려움을 겪던 중 A씨에게서 '대출을 받으려면 가공의 거래실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체크카드 등을 보냈다"며 "다음날 계좌에서 자신이 모르는 입출금 거래내역을 발견했는데, 거래 실적을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별다른 이의 없이 대출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조씨는 대출받을 기회를 약속하면서 다른 사람이 접근매체를 사용해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빌려줬다"며 "조씨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 기회를 얻은 건 접근매체 대여와 대응하는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조씨가 대출 기회 획득을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했는지 여부를 살펴 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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